[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진도의 명물 홍주

성도현2 2024. 8. 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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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 팀은 독자 제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신종근 전시기획자.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신종근 칼럼니스트 본인 제공

진도는 제주도, 거제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KTX를 2시간 30여분 타고 가서 다시 차로 1시간을 이동해야 도착하는 진도를 뭇사람은 '시골'로만 생각한다.

진도에 가면 글씨 자랑, 그림자랑, 소리 자랑을 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말이 있다.

절대 시골이 아니다. 오죽하면 "진도에 가면 개가 붓을 물고 난(蘭)을 치고 진도 사람은 빗자루만 들어도 그림을 그린다. 그러니 진도에 와서 예술을 논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통미술관 투어의 성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제자이며 조선 말 남종화 (문인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1808∼1893)이 37년 동안이나 살았던 곳이 진도다. 1856년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자 소치는 진도로 돌아와 운림산방(국가명승80호)에서 여생을 보냈다. 소치는 여기서 진도 문화의 꽃을 피웠다.

남도 문인화의 성지인 진도군 사천리 운림산방 내 소치기념관 조근영 기자 (2003.9.1)

진도에는 소치기념관이 있으며 이곳에서 아들 허련부터 5세손 허진까지 대를 이어 화가가 배출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때 운영이 어려워 운림산방이 매각됐지만 3세손 남농 허건이 다시 매입해 복원 후 진도군청에 기증했다.

평범한 시골 마을인 진도군 임회면 삼막리에 가면 장전미술관이 있다. 명필로 유명한 소전 손재형 선생(1903∼1981)의 제자인 서예가 장전(長田) 하남호 선생(1926∼2007)이 평생 수집한 작품들을 모아 고향마을에 만든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에는 다산 정약용의 '8폭 병풍 홍매', 공제 윤두서의 '고목산수도', 이당 김은호의 '미인도', 대원군의 시첩, 대원군의 난 그림, 심산 노수현의 '송하대기도', 오지호의 유화 '비원', 월전 장우성의 '장미도', 남농 허건의 '하경산수도' 등의 그림과 율곡 이이 간찰, 한석봉, 우암 송시열, 추사 김정희, 김옥균, 민영환, 소전 손재형, 일중 김충현 등의 명필 글씨를 볼 수 있다.

별채에는 삼국시대 토기 항아리, 고려청자 '연화문정병', 분청사기 '물고기무늬 장군', 조선백자, 달항아리 등 국보급 유물이 가득 차 있다.

그 외에도 진도에는 남도 전통미술관, 소전미술관, 나절로미술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삼보삼락(三寶三樂)의 진도

진도는 삼보삼락의 고장이다. 영리하고 충성심 강한 진돗개, 다른 지역에 비해 그 효능이 탁월하다는 진도 구기자, 아무리 끓여도 미역이 싱싱하게 살아 있다는 진도 미역이 진도의 3가지 보물이며 진도 아리랑, 진도 홍주, 그리고 진도 사람이면 붓을 잡는다는 서화가 세 가지 즐거움이다.

진도 홍주는 1천100여년 전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왔으며 일명 '지초주'(芝草酒) 라고도 하고 홍색을 띤 알코올 함량 40% 증류주다.

진도 홍주

주원재료는 쌀과 보리, 그리고 영약으로 불리는 지초 등 3가지다. 홍주는 색깔이 붉고 맛이 독특하며 음주 후 자고 나서도 숙취와 갈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지초는 홍주에 독특한 붉은 색과 향을 부여하는 재료로 뛰어난 약효 때문에 예로부터 산삼과 더불어 3대 선약으로 불렸다. '동의보감', '본초강목'에 따르면 배앓이, 장염, 해열, 인체의 해독, 청혈작용에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구한말 지도를 만들기 위해 온 나라를 누비며 전국의 전통주를 체험했던 고산자 김정호 선생은 흥선대원군에게 대동여지도를 바치면서 진도 홍주를 함께 진상했다고 한다. 이때 진도 홍주에 대한 시를 지었는데 '홍매화 떨어진 잔에 봄눈이 녹지 않았나 싶고 술잔에 비친 홍색은 꽃구경할 때의 풍경이로다'라는 시다.

가히 최고의 홍주 예찬이다.

소치의 후손, 홍주 명인 허화자의 일생

홍주 내리는 허화자 씨 (진도=연합뉴스) 진도군은 오는 10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에 임회면 귀성리 아리랑 마을 관광지 홍주촌에서'진도 홍주 내리기 생생 체험'을 하고 있다. 전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26호인 진도 홍주 기능 보유자 허화자 할머니가 직접 누룩을 빚고 지초를 찧어 홍주를 내리고 있다. 2011.7.7

전남도 지정 무형문화재인 홍주 기능 보유자 허화자(1930~2013) 명인은 운림산방을 복원한 소치 허련의 3세손 남농 허건의 조카다. 허 명인은 여러 차례 미디어에 소개되기도 한 홍주 최고의 전문가였다.

명인은 어머니가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홍주를 빚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고 한다.

허 명인에게 홍주는 술 이상의 인생을 담고 있다. 일찍이 모친을 여의고 숙모 밑에서 자라며 홍주 제조법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가 홍주를 본격적으로 빚은 것은 남편과의 사별 이후라고 한다.

허 명인의 홍주 제조 비법은 특별하다. 보리쌀을 쪄서 누룩과 버무려 원곡 증자(누룩의 효능을 갖는 상태)해 밑술(1차 담금)을 만든다.

그다음에 쌀을 쪄서 밑술과 혼합해 덧줄(2차 담금)을 만들고 이를 증류해 소주를 얻는다. 이때 고조리에서 흘러내리는 소주가 지초 뿌리를 통과하도록 배치하면 진홍색이 배어나고 향도 녹아난다.

전통 명주인 홍주는 보리, 쌀, 누룩의 배합 비율, 숙성시간 등의 미세한 차이에도 그 맛과 향이 각각 달라 누구도 허 명인이 만든 홍주와 똑같은 홍주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도 홍주 산 증인 허화자 무형문화재 제26호 전남 진도 홍주 기능 보유자인 허화자 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진도군은 지난 2007년부터 허화자 명인의 홍주 제조 비법을 기준으로 13단계에 걸친 진도 홍주 제조 과정을 표준 모델로 만들었다.

진도에는 현재 여러 곳의 진도 홍주 제조업체가 있다. 대대로, 진도한샘홍주, 예향홍주, 진도성원홍주, 진도 대복홍주, 진도 아리랑홍주, 소달구지 홍주 등이다.

지난 2005년에 군수 품질 인증제를 도입하며 루비콘이라는 공동 브랜드도 만들었다. 루비콘은 Ruby(루비)+Unicorn(유니콘)의 합성어로, 홍주의 색을 나타내는 루비와 신비한 생명체인 유니콘의 만남을 상징한다고 한다.

세계명품술 '진도홍주 루비콘' (무안=연합뉴스) 세계 주류 품평에서 잇따라 금상을 받은 전남 진도 대대로영농조합법인(대표 김애란)의 '진도 홍주 루비콘'. 2015.4.15 <<전남도 제공>> shchon@yna.co.kr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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