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정보 오픈될 때 ‘사회의 민주주의 지수’ “쑥쑥”
[서울&]
고3 때부터 커뮤니티 활동 시작하고
활동가 모집에 “재밌을 것 같다” 지원
‘외환위기 아카이브’ 정리하며 성취감
“‘시민단체=매력 일터’ 인식 확대 기대”
알 권리’는 다양한 권리의 기본이 되는 ‘권리를 위한 권리’입니다.”지난 1일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대표 권혜진·김유승)에서 만난 김조은(32) 활동가가 단체의 활동목표를 설명하며 한 말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정보공개센터(cfoi.or.kr)는 ‘정보공개를 통하여 모든 시민이‘알 권리’를 누리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곳이다.
“우리가 사회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을 때, 이게 도대체 왜 이런 건지, 어떤 결정 과정이 있었길래 이런 상황이 된 건지,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지 하는 것들을 판단해야 하잖아요. 이 때 그 기반이 되는 게 바로 정보예요.”
김 활동가는 특히 정부 등 권력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를 시민들이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권력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야말로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보 불평등 때문에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공공 정보를 최대한 많이 공개해 알리려 노력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보공개센터의 활동을 살펴봐도 센터의 이런 기본 정신과 활동 방향성이 뚜렷이 보인다.정보공개센터는 지난해 △특수활동비 등 검찰예산 정보공개 및 검증 △체계화된 의정활동 기록물 관리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 △산업재해가 일어난 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찾기 프로젝트’ △지방의원 및 국회의원의 이력 및 후원금 내역을 추적하기 위한 데이트 사이트 ‘오픈와치’(www.openwatch.kr) 개설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김조은 활동가가 정보공개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9년 전인 2016년이었다. 당시 김 활동가는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을 갖고 홍대 주변에서 인디밴드 공연 등을 조직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김 활동가가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3 때인 2010년부터였다. 김 활동가는 논술공부를 위해 청소년 인권문제 세미나 등에 참석했다가, 2009년부터 진행돼온 ‘두리반 철거 반대 투쟁’ 현장을 자주 방문하게 됐다고 한다. 이 투쟁은 경의선 홍대입구역 신축 과정에서 강제철거될 처지에 놓은 ‘칼국수집 두리반’ 을 지키기 위해 문화계 인사들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가들이 집결한 투쟁이다. 김 활동가는 “그곳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한다.
이후 문화인류학과에 입학한 김 활동가는 학교 자치를 위한 정보 공개 활동 등을 하면서 정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졸업한 뒤 커뮤니티활동을 이어가던 김 활동가에게 정보공개센터에서 활동가를 뽑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많았던 김 활동가는 곧바로 지원했다. 무엇보다도 “활동이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김조은 활동가는 정보공개센터에 들어온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활동가들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되고, 정보공개를 준비하는 활동 등을 통해 사회를 보는 시각 또한 크게 성장하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희 센터의 경우 자율성이 높은 조직이어서 저를 포함한 5명의 활동가들이 자신이 관심을 가진 사안을 스스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그러다가 센터 차원에서 활동가들이 모두 ‘이거 정말 중요한 문제다’라고 판단하면 그걸 같이 프로젝트화시켜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6년차 활동가인 김예찬 활동가가 제안한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찾기 프로젝트’(www.nosanjae.kr)도 이런 과정을 거쳐 센터의 프로젝트가 된 경우다. “연간 10만 명이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병에 걸리거나, 죽는 한국에서 개별 기업의 최근 5년간 중대재해 기록을 알 수 있다면 구직자들의 일자리 선택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김예찬 활동가의 아이디어가 센터 활동가들 전체의 프로젝트로 발전한 것이다.
김조은 활동가는 이런 정보공개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큰 보람과 성장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경험을 2017~2020년에 진행한 ‘1997 외환위기 아카이브’(97imf.kr)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2017년은 우리 사회의 큰 변곡점이 됐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일어난지 20년이 되는 해였어요. 20년 전 외환위기 관련 자료를 IMF에 요청하는 등 외환위기 당시의 구체적 진행사항을 아카이브로 작성하기로 결정하고 제가 주무를 맡았어요.”
김 활동가는 이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많은 전문서적을 읽고, 다양한 전문가에게 글을 요청했다. 또 관계자들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진행한 프로젝트가 2020년 IMF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는 등 결실을 보자 김 활동가 자신에 대해 느끼는 자존감도 커졌다고 한다. 시민단체 차원에서 국제기구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성사시킨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조은 활동가는 이렇게 우리 사회를 정보공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9년째 바라 보면서 ‘시민을 위한 조직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김 활동가는 “개인은 정말 한계가 있다”며 “특히 정보공개 활동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어도 한 개인이 생업을 하면서 병행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의 경우 권력기관이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소송을 자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찾기 프로젝트’의 경우도 지난해 노동부가 갑자기 기업의 산재 현황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이에 정보공개센터는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1심 판결이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김 활동가는 또 조직과 공간이 형성돼 있는 경우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게 보다 쉽다”고 본다. “사회 각 영역에서 중요한 문제들이 많이 있는데, 그 문제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고민한 부분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내면서 모든 사람들이 공익적으로 이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도 이런 과정을 거쳐 ‘정부부처의 회의 내용 공개’를 앞으로의 활동목표로 잡을 수 있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일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회의록 공개 원칙을 정부 기관 전체로 확대하고, 비공개가 필요한 경우에만 공개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 각 부처나 각종 위원회 등의 경우 회의 결과만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런데 회의의 내용까지 공개할 경우 우리사회가 투명성 등에서 더욱 크게 변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활동가는 정보공개센터뿐 아니라 많은 시민단체들이 이런 ‘좋은 조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시민단체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주요한 보루라고 생각한다. 그는 “정책의 근본 소스를 제공하는 시민단체가 약해진다면 세상이 너무 빨리 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센터 활동 초기 너무 힘들게 느껴졌던 후원회원 확대 활동을 지금은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활동 자체가 시민단체 활동을 시민사회에 더욱 깊게 뿌리 박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1년에 한번 있는 오프라인 후원행사가 제일 기대되는 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랜선으로 주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후원해주시는 다양한 회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좋은 의미에서 서로에 대한 ‘정보공개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지원금을 한푼도 받지 않는 정보공개센터의 경우 특히 후원은 활동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김 활동가는 “시민단체 활동가는 젊은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직군”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는 사회 변화에 대한 꿈도 있어야 하고, 진지한 탐구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직에서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그런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잘 발달하게 됩니다. 활동가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좋은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김조은 활동가는 “앞으로 더욱 많은 단체가 활동하고 각 단체마다 후원회원도 늘어나면서 더욱 많은 청년 활동가들이 시민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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