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정치싸움에 악화되는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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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태산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가 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정치 성향의 차이는 성별보다 계층, 학력, 지역, 종교 차이 등에서 발생하는 게 일반적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치권이 앞장서서 조장하는 남녀 간 이념 갈등이 심해질수록 남녀가 같이 있거나 연애·결혼을 하는 것을 회피하게 되고 결국 이것이 가뜩이나 바닥인 출산율을 더욱 저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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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당장 한 표 얻으려
남녀 갈라놓는 공약 남발
저출산 대책 무슨 소용인가
갈수록 태산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가 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자리도 하기 싫다고 한다. 정치 양극화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젊은 층의 남녀 이념 갈등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극심하다는데, 하늘을 봐야지 별을 따지 남녀가 이념이 달라서 같이 연애나 결혼하기를 싫어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아무리 정책적으로 노력해봐야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더욱 추락할 것 같다.
한국 젊은 세대, 즉 소위 MZ세대의 남녀 이념 갈등은 세계적으로 기삿거리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 정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까지 한국인 여성은 30%포인트가 더 진보적이고 남성은 20%포인트가 더 보수적이다. 50%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차이가 미국에서는 30%포인트, 영국에서는 25%포인트였으니 한국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단순한 통계 조사를 넘어 실제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20대 남녀가 각각 보수와 진보로 갈려 투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고 이런 점은 올해 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발견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보적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본인이 여성이기도 하지만 여성 유권자에게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에 보수적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남성 유권자에게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어떤 전문가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여성 권위 신장에 따른 현상으로 본다. 특히 미투운동이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 투쟁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사회 변화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게 된 반면 젊은 남성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점차 수세적으로 변하고 더욱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설명을 한다.
더욱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젊은 남녀 갈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동시대 사람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이념 차이가 있더라도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공유의 경험이 있었고 갈등 해소의 여지도 컸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정치 성향의 차이는 성별보다 계층, 학력, 지역, 종교 차이 등에서 발생하는 게 일반적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대신 사이버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수록 남녀가 같은 이념이나 성향을 구성하는 기회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결혼을 하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남녀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MZ세대 이념 차이가 더욱 확대되는 이유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이용하는 정치권이다. 당장 눈앞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남녀를 갈라놓는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 말이다. 심각해지는 한국의 남녀 이념 갈등은 안 그래도 심각한 지역·세대·계층 갈등에 더해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정치권이 앞장서서 조장하는 남녀 간 이념 갈등이 심해질수록 남녀가 같이 있거나 연애·결혼을 하는 것을 회피하게 되고 결국 이것이 가뜩이나 바닥인 출산율을 더욱 저하시킨다. 정부가 아무리 저출산 대책을 내놓아도 결국은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만다. 더 이상 정치적 목적으로 젊은 남녀 간 사이를 갈라놓지 않는 정치권이 되기를 바란다.
[손지애 이화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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