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왜 가구 만드냐고?…공간을 디자인할 뿐"
빈센트 반 두이센 인터뷰
건축·디자인은 하나의 영역
실용적인 공간을 만드는 일
햇빛 등 집 내부로 들여오고
천연色 사용해 자연과 연결
몰테니앤씨 창립 90주년 맞아
기념비적인 캐릭터 만드는 중
거실의 일부처럼 보이는 간결한 선 하나. 다가가면 포근하게 온몸을 감싸는 소파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시선이 집중되는 이런 라인은 건축가의 손에서 완성됐다.
몰테니앤씨는 올해로 90주년이 된 명품 가구 브랜드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가구로 명성이 높다. 1934년 안젤로 몰테니가 창업한 이 브랜드는 리움미술관의 디자이너이자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장 누벨과도 협업해 제품을 만든다.
완성도 높은 고품질의 가구를 고집하는 건 작은 결의 차이도 없애기 위해 책장, 책상, 의자 등을 만들 때 한 뿌리에서 나온 나무만을 사용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장식적 요소를 최소화한 ‘절제미’가 특징이다.
그래서일까. 챗GPT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가구 브랜드가 뭐냐”,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를 추천해줘” 등을 입력하면 꼭 빠지지 않는 브랜드가 몰테니앤씨다. 2016년부터 몰테니앤씨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를 맡고 있는 건축가 빈센트 반 두이센을 최근 밀라노에서 만났다.
▷올해는 몰테니앤씨 90주년으로 특별한 해입니다.
“90주년을 기념해 재해석한 기념비적 캐릭터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피에로 포르탈루피에게 경의를 표현하기 위해 더 풍부하고 다양한 색상과 패턴, 질감과 재료를 과감하게 선택했어요. 물론 그 결과물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했고요. 균형 잡힌 요소, 아름다운 비율, 기분 좋은 분위기는 가구 디자인에서 아주 중요하죠.”
피에로 포르탈루피는 20세기 초부터 1960년대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전역에서 100여 개의 건물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다. 그의 작품은 우아하고 절제된 스타일을 역동적인 디자인과 결합시킨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재료와 형태를 활용해 건축물의 개성을 표현한 건축가로 이름을 날렸고 빈센트 반 두이센을 비롯해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좋은 가구’를 어떻게 정의하나요.
“오래 지속되고 시대를 초월하며 인간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도구이자 디자인이죠. 웰메이드와 지속가능성이 핵심입니다. 가구를 비롯해 물건들은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죠.”
▷건축과 가구 디자인을 할 때 어떤 공통점을 느낍니까.
“건축과 디자인은 별개의 영역이 아닙니다. 아주 넓은 의미로 건축과 디자인을 바라보죠. 공간을 물리적으로 구축해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품과 가구, 오브제 등으로 둘러싸인 공간, 사람들이 사는 실용적 공간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요소는 예술적 삶을 지향하고 천연 소재의 질감과 색감을 살리는 일과 맞닿아 있죠. 가구 간의 유기성,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 평온하면서도 개성을 품은 가구를 디자인하는 건 절묘한 장인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 인간의 필요에 대한 연구이자 삶의 방식을 이해해야 가능한 작업이기도 하죠.”
▷완벽한 외관 비율과 아늑한 내부를 선호하시죠.
“제 작품을 관통하는 건 실내와 실외 공간 사이의 투과성과 투명성, 빛과 자연과의 연결이에요. 자연의 색을 공간 내부로 들여오는 일, 일종의 ‘내부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항상 실내 공간과 실외 환경 간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녹색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편안함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
▷천연 소재와 색상에 중점을 두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 작품의 핵심은 천연 소재, 천연 색상이라고 정의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것이야말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온전함과 평온함을 심는 소재라고 생각해요. 가구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아늑함은 자연 소재와 자연 색상에서 오는 겁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가 인간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치죠.”
▷몰테니앤씨에서 CD 제안을 받았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큰 영광이었죠. 아주 전통이 깊고 가족이 운영하는 명망 있는 브랜드니까요. 그 탁월함과 품질에 대한 자부심, 소재 선택에서의 깐깐함 등이 저에겐 특권처럼 느껴졌습니다.”
▷몰테니앤씨는 디자이너에게 창작의 자유를 상당 부분 부여하는 거로 압니다.
“맞아요. 몰테니 가문과 저는 아주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어요. 제가 본능적으로 작업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몰테니앤씨의 기술력, 높은 품질, 세련된 디테일이 제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구현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죠. 그걸 알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작업해나갈 수 있는 거고요.”
▷작품을 보면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단순히 ‘미니멀하고 차분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영혼이 담겨야죠. 제 작업은 ‘영혼 없이 단순화하는 데만 집중한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멀어요.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유행한 시각예술 트렌드인데요, 저는 그저 어수선한 것을 없애고 핵심에 다가가면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할 따름입니다.”
▷건축 시험도 통과했지만 가기 어렵다는 안트베르펜 패션 아카데미에 합격한 이력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예술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어요. 호기심도 많아 창작 예술에 대한 관심이 컸죠. 어느 쪽이든 갈 순 있었지만 건축이 사람의 공간을 큐레이팅할 수 있는, 좀 더 인간 중심적인 학문이라고 느껴 건축가가 된 겁니다. 패션 디자이너나 사진작가도 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웃음).”
밀라노=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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