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주택대책] 그린벨트 풀어 집짓는 서울시…"더는 빈공간 없어"
오세훈 시장 "피치 못할 선택"…장기전세주택Ⅱ 공급 방침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절대 불가'에서 '일부 해제'로.
정부가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서울시의 정책 전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금융위원회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활용해 올해 5만가구, 내년 3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가 협조해야 가능하다.
서울 그린벨트는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동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등 5㎢를 해제한 이후 대규모로 풀린 적이 없다.
서울시는 고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에는 그린벨트 해제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해 왔다.
실제 박 시장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청을 받을 때마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고 언급하며 완강히 거부했다.
시는 2020년 7월 국토부와 주택공급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연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한가운데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라며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고 못 박았다.
이듬해 재·보궐선거로 오세훈 시장이 복귀했지만, 오 시장 역시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 봄 서울시가 그린벨트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 용역에 착수하는 등 그린벨트 관리에서 더 유연한 방향으로 변화가 감지됐다.
이후 청년층, 신혼부부, 무주택자를 위한 아파트를 서울에 대규모로 공급하려면 결국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확보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공감대가 정부와 서울시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이날 회의에서 "서울에는 더 이상 빈 공간이 없다"며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또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환경 보존과 여가·휴식 공간 확보라는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 지정 취지와 기본 원칙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도 "집값 상승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미래세대를 위해, 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신규 택지를 활용해 오 시장이 추진하는 '장기전세주택Ⅱ' 등 신혼부부, 청년 대상 주택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오 시장은 또 "정비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노후 주거지를 개선할 각종 대책도 파격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비사업자에 전문가를 파견해 공사비를 둘러싼 각종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심의를 활성화해 사업 시행인가 절차를 단축하고, 공공기여분을 완화하는 방식 등으로 재건축·재개발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단축하기로 했다.
정부가 오는 11월 그린벨트 해제 등 5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택지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자곡·수서동 일대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결국 선택지는 강남권 그린벨트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그린벨트는 149.09㎢로 서울 면적의 24.6%에 해당하는데, 북부지역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기에 택지로 개발하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9일 오전 10시 20분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 배경, 재건축·재개발 기간 단축 인센티브 등 부동산 시장의 주목도가 높은 사안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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