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티메프' 대금 어디로…의혹투성이인 구영배 '돈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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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빚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있어야 할 돈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모기업인 큐텐이 중심이 된 자금 흐름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합니다.
구영배 대표는 남은 돈이 없다고 했지만,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심을 키우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김성훈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판매대금의 행방이 미궁인데, 이와 관련해 수상한 정황이 있었죠?
[기자]
티몬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던 시점인 지난달 19일, 판매자의 정산 시스템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포착됐는데요.
티몬의 쌍둥이 플랫폼인 티몬월드에서 상품을 판매하던 판매자들이 저희 취재진에 보여준 시스템 화면을 보면요.
대금 정산이 '정상'처리가 됐고, 심지어 출금까지 마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피해 판매업체 관계자 : 정산대금이 완료로 떠요. 주지 않은 돈인데 준 것처럼 전산에는 나와 있다는 거죠.]
[앵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까?
[기자]
과거 큐텐의 운영부서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은 시스템을 관장하는 큐텐을 의심했습니다.
시스템을 통해 자금 관리는 물론, 마음만 먹으면 악용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얘기 들어보시죠.
[전직 큐텐 직원 : 내부 직원들의 개입이 분명히 있었다. 분명히 출금이나 정산할 때 한 번은 개입이 있거든요.]
[앵커]
미정산 사태가 티몬뿐 아니라 위메프, 인터파크 같은 계열사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났잖아요?
[기자]
금융당국은 큐텐 계열사들에 적어도 1조 원의 자금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앞서 보신 정산 시스템을 토대로 무분별한 계열사 간 자금 돌려막기 문제가 얽혀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구영배 대표는 과거 다른 플랫폼 '위시' 인수 과정에서 티메프의 판매대금을 썼다고 일부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할 정황도 있는데요.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위시 등 플랫폼을 잇따라 인수한 뒤, 티몬월드나 위메프 플러스처럼 이름이 유사한 플랫폼을 추가로 만들었습니다.
전직 직원은 과거에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중국) M18 사이트 인수할 때도 똑같이 그렇게 했거든요. 또 다른 큐텐 베이스의 사이트를 만들어서 거기로 다 몰아넣은 다음에 기존에 있는 사이트는 그냥 없애버려….]
새로 만든 쌍둥이 플랫폼들은 정산 시스템의 도메인 주소도 유사한데요.
큐텐이 일종의 중앙통제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계열사의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터지기 전에 자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큐텐 베이스로 올라오면 모든 게 다 통합이 되고 이거 다 큐텐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까.]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금 추적과정에서 "강한 불법 흔적이 드러났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검찰도 불법적인 자금 흐름을 분석하며, 특히 사태가 불거지기 전 자산을 미리 해외로 빼돌린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시스템을 중심으로 돈 주머니를 무리하게 키운 정황도 있죠?
[기자]
판매업체들은 큐텐이 아까 말씀드린 쌍둥이 플랫폼을 만들면서, 이곳에 입점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휴 은행에서 선정산 대출의 한도를 늘려주는 등 인센티브를 줬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이미 현금 흐름에 악화일로를 걷던 큐텐이 통제 가능한 시스템에 자금을 끌어모은 뒤, 자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겁니다.
큐텐에 시스템은 또 판매대금이 일종의 가상계좌에 가상머니 형태로 관리되다가 판매자의 요청이 있을 때 현금으로 인출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요.
정산 기한을 길게는 80일까지 두었습니다.
판매대금 유용 의심을 받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앵커]
판매대금의 행방에 대해 구 대표는 뭐라고 했나요?
[기자]
구영배 대표는 앞서 국회에 출석해 "판매대금은 대부분 프로모션으로 썼다"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 말을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양치기 소년'에 빗대며,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구 대표가 언급한 프로모션과 연관된 상품권 논란도 커지고 있죠?
[기자]
티몬과 위메프에선 미정산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6~7월에 높은 할인율의 상품권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선결제를 하고 나서 상품권 발송은 나중에 하는 형태의 상품권을 집중 판매했는데요.
상품권은 판매 뒤 쓰이기 전까지 판매사가 판매금을 유동성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겁니다.
큐텐은 올 초 '오렌지프렌즈'라는 상품권 관련 자회사를 세우며 상품권 사업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간 유통사 성격의 판매사로 상품권을 가져오고 할인율 조율 등을 거쳐 티메프 플랫폼에서 판매에 나섰는데요.
정산 시스템처럼 상품권 사업 부문에서 통합적인 역할을 수행한 겁니다.
하지만 판매금 등 자금 흐름 구조에 대해선 역시 알려진 게 없습니다.
검찰은 상품권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그룹 차원에서 돌려막기 등에 활용하려 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의혹들만 계속 쌓이고 있는데 자금 행방은 어떻게 쫓고 있나요?
[기자]
'큐텐테크놀로지'로 수사가 집중되는 모습입니다.
검찰은 재무본부장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법인에서 큐텐 계열사들의 재무와 기술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독특한 정산 시스템에 기반을 둔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와 증거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 자금이 흘러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싱가포르에 있는 큐텐과 해외 법인들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방침입니다.
여기에 구영배 대표에 대한 수사 포위망도 좁혀질 전망인데요.
구 대표는 그간 '자금 운용에 대해 보고를 받지 않아 그룹의 재무적 흐름을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얘기해 왔는데요.
검찰에 출석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는 '구 대표가 상품권 사업을 티몬에 넘기라고 지시했다'라고 증언을 했습니다.
자금 관련 구 대표의 역할에 대한 진술이 이어지면서, 사기·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앵커]
궁극적으로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는 제도의 허점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자금 추적에 애를 먹고 있는 데는 큐텐의 그룹 구조도 복잡하지만, 판매대금과 운영자금이 명확히 구분돼 관리되지 않는 데도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율로 판매대금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에 정부도 칼을 빼들었습니다.
먼저 이커머스 업체가 제3의 기관이나 계좌에 판매대금을 별도 관리하는 걸 의무화하고요.
또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은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으로 관리되도록 안전장치를 걸었습니다.
판매대금의 유용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 등 제재 근거를 둘 계획입니다.
또 돌려막기의 단초가 된 정산기한도 40일 이내로 단축해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에도 이커머스를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해 왔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김대종 /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뒷북대응은 맞습니다. 이미 2년 전부터 (티메프가) 자본잠식 상태였고, 머지포인트나 그런 걸 경험했다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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