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2분기 희비 갈렸다…'고부가'가 성과의 키

주요 석유화학 기업 영업이익 추이/그래픽=윤선정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범용제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낮은 수익성을 보였지만, 고부가제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8일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111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전년동기(691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다. 2017년부터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무리한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범용화학 시장부터 잠식하기 시작했다. 범용화학 사업 비중이 절반 이상인 롯데케미칼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상황은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비슷하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올 2분기 영업손실 174억원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과 DL케미칼은 올해 2분기 각각 1191억원, 9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금호석유화학은 전년동기 대비 10.7% 늘고, DL케미칼은 흑자로 돌아섰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도 올 2분기 영업이익이 32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호실적을 이끈 배경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타이어용 합성고무 부문이 85.7%에 달하는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타이어 등 전방산업이 현재 호황인데다, 금호석유화학도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과 차별화를 꾀해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는 품목이다. DL케미칼은 지난해부터 판매를 본격화한 태양광 필름 등에 쓰이는 고부가제품 POE(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가 효자 노릇을 했다. LG화학 석유화학은 고부가제품인 ABS(고부가합성수지) 수요가 늘어난 덕을 봤다.

앞으로도 '고부가'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중요한 실적개선 '키'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범용 비중을 낮추고, 고부가를 확대하는 전략을 속속 발표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LG화학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소규모 비핵심 사업 등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제품, 지속가능 사업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올 상반기 범용제품인 SM(스티렌모노머) 여수공장 가동도 중단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남정운 여천NCC 대표이사가 새 대표로 선임됐다. 남 대표는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의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목표로 회사를 이끌 예정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도 포장용 접착재로 쓰이는 고부가 제품 'EAA'(에틸렌 아크릴산)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지난 4월 향후 전략에 내해 "범용 화학제품에서 올리는 영업이익을, 고부가 제품에서 올릴 수 있도록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석유화학 기업과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이기려면 사실상 '고부가 확대' 밖에 답이 없다"며 "고부가 투자를 집중해 격차를 벌려나가야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