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과 함께 진화한 '더 존3', 기발함에 스케일, 디테일까지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8. 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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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더 존3’의 미로 같은 매력

[엔터미디어=정덕현] 문이 열리고 들어선 곳에 갑자기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두가 똑같은 얼굴이다. 바로 유재석. 안내방송에는 유재석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유재석의 얼굴을 가진 AI들이 출연자들을 공격한다. 다시 돌아온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더 존: 버텨야 산다3(이하 더 존3)>가 새롭게 선보이는 '존버' 상황이다.

이 시즌3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 담긴 건 바로 인공지능의 시대 깊숙이 들어온 삶이 주는 공포감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나고 있고, 딥페이크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범죄 같은 사회적 부작용들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더 존3>는 바로 이 상황을 특유의 게임 예능 방식으로 풀어냈다.

4시간 동안 버티기만 하면 이긴다는 간단한 룰이지만, 중앙통제 AI에 의해 지시를 받는 로봇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출연자들을 공격하고 그들의 시계를 빼앗아 숨겨놓는 상황이 펼쳐진다. 30분 안에 그 시계를 되찾아야 하고 모두가 시계를 빼앗기만 지는 게임이다. 잃어버린 시계를 찾기 위해 여러 방들을 찾아들어가야 하는데 그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재석의 손바닥이나 눈 심지어 가슴을 인증(?)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역시 이런 게임 예능에 익숙한 유재석은 찰떡같이 그 난감한 상황들을 웃기게 만들고, 특유의 털털한 예능감을 드러내는 권유리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여기에 이번 시즌에 이광수 대신 합류한 김동현과 덱스는 힘쓰는 일(?)에 적극 나서면서 동시에 의외의 쫄보(?)의 면모를 간간이 드러내면서 웃음을 준다. 물론 덱스 특유의 멋진 모습과 더불어 유리와 함께 만들어내는 웃음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누가 이기고 지는가가 중요하기 보다는 도대체 이런 기발한 상황들을 어떻게 세트로 구성해냈는가가 놀랍다. 무수한 인공지능 복제 유재석들이 몰려다니는 상황을 보여준 첫 번째 에피소드도 그렇지만, '종이의 집'을 실제 종이로 구현해낸 세트로 만들어진 집이 등장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나, 매 시즌 한 번씩 등장하는 것이지만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안겨주는 폐가가 등장하는 세 번째 에피소드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세트의 스케일이나 다양한 게임요소와 예능적 웃음의 요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디테일한 장치들을 보다보면, <더 존>이 시즌3까지 오면서 보여주고 있는 건 사실상 이러한 도전상황을 구성하는 일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보면 <더 존>은 점점 스케일이 커져 하나의 세계를 구성해 놓고 그 안에 들어간 이들이 겪는 치열한 모험극처럼 진화했다고 생각된다.

<더 존>이 애초 기획됐던 건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이 배경이 된 것이었다. 코로나19 같은 전 지구적 위기상황들을 세트로 구현해내고, 그 속에서 어떻게든 버텨낸다는 메시지를 담은 게임 예능으로 시작된 것.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들은 여전하다는 걸 <더 존3>는 말해준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인공지능이 가져온 신세계와 더불어 커지고 있는 위기감을 담았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한 '종이의 집'은 하우스 푸어의 현실을 담았다.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샀지만 대출금 상환에 안식처가 되지 못하는 집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그저 흔한 흉가 체험처럼 보이지만 세 번째 에피소드 역시 출연자들이 해야할 미션으로 '팩트 체크'를 부여함으로써 결국 '가짜뉴스'의 폐해라는 문제의식을 그 흔한 예능의 서사 속에 담아냈다. 이른바 '아는 맛'으로서의 예능적 재미들이 넘쳐나지만 동시에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의미들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더 커진 스케일과 팬데믹 이후 색다른 서사의 디테일이 있는데다, 출연자들의 케미까지 더해진 <더 존3>. 이제 이들이 미션을 성공시킬 것인가 아닌가보다 더 궁금해지는 건 과연 어떤 기상천외한 상황들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런닝맨> 시절부터 유재석과 함께 게임예능의 일가를 이뤄온 조효진 PD는 <더 존> 시즌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건 기발한 세트로 재현된 현실 공감의 상황들을 가져와 풀어내는 버라이어티쇼다. 한번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같은 매력을 선사하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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