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가세에 10장짜리 협회 해명문 등장…안세영의 반격은?[파리올림픽]

인천공항=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4. 8. 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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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의 작심 발언으로 논란이 일파만파 커져 정치권에서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안세영은 귀국 후 "최대한 빨리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떠나 궁금증만 더 증폭시켰다.

안세영은 지난 5일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대표팀과 더 이상 함께 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저격했다.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내 무릎의 부상 정도는 생각보다 심각했다"며 "쉽게 나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크게 실망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외에도 협회의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다른 종목 단체들도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이어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7일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바꾸겠다"며 "이 문제는 대한배드민턴협회, 지도자가 선수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도 이와 관련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외부 감사 전문가 4명(감사원 출신 감사관, 대한체육회 청렴시민감사관[경찰 수사관 출신], 국민권익위원회 출신 감사관, 여성위원회 위원)과 대한체육회 법무팀장(변호사), 감사실장 등으로 조사위를 꾸릴 예정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무엇보다 안세영 선수의 발언이 부상 관리, 훈련 체계, 선수 보호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조사위의 면담 등을 통해 구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문제가 발견될 시 감사로 전환해 대한배드민턴협회, 국가대표선수촌 훈련본부 등 선수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면밀히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는 파리 올림픽이 끝난 이후 실시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인적 문제가 드러나면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하고 제도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규정 개정 등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에 배드민턴협회는 7일 '안세영 선수 인터뷰 및 관련 기사에 대한 협회의 입장 표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무려 1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협회는 아시안게임 뒤 안세영의 무릎 부상 치료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후 안세영이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한 건 협회의 강요가 아닌 본인의 의지였다고 주장했다.

안세영이 파리 사전 캠프에서 발목이 접질렸을 때 본인의 요청과 지명으로 국내 한의사가 파리로 파견해 약 2주 동안 치료했던 사실도 밝혔다. 협회는 1천1백만 원 이상의 경비를 부담하며 치료와 지원에 소홀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협회는 대한체육회 기자회견 불참 지시, 복식 경기 출전 종용, 벌금 회피를 위한 국제대회 참가 지시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협회에서는 선수단이 귀국하는 데로 빠른 시일 내에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소상히 내용을 파악하여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대회 일정을 마치고 출국길에서 "한국에 가서 다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귀국 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귀국 인터뷰에서 "논란이 많은 것 같더라. 일단은 말을 자제하도록 하겠다"며 "이제 막 도착했다. 아직 협회와 나눈 이야기가 없고, 팀과도 상의한 게 없어서 더 자세한 건 상의 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나는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었고,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드리는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빨리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짧게 인터뷰를 마친 뒤 소속팀 관계자에 이끌려 황급히 자리를 떴다. 취재진의 질문 세례를 뿌리치고 입국장을 벗어난 그는 밖에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라 공항을 빠져나갔다.

안세영은 한발 물러섰지만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협회가 해명에 나선 만큼 안세영의 입장도 다시 들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은 그가 향후 어떤 말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인천공항=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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