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산업 성장 속 주목받는 의료 실사용근거 연구
[IT동아 김동진 기자]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데이터 활용이 각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한다. 이에 따라 데이터 산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1.9%씩 성장, 약 25조 원 수준을 보인다. 이 가운데 의료 데이터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었다. 개인의 민감한 건강정보를 포함하므로,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의료 실사용 데이터(RWD, Real-World Data)를 가공·분석한 의료 실사용근거(RWE, Real-World Evidence)가 성공적인 임상연구를 도출하면서부터다.
기존 임상연구 한계 극복 돕는 ‘의료 실사용근거’ 연구
의료 실사용 데이터(RWD)란 실제 진료 현장의 의약품 데이터를 비롯한 환자 건강 상태, 치료 결과 등 다양한 의료정보를 포함한 데이터다. 원본 데이터인 RWD를 임상연구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가공·분석해 생성한 임상적 증거가 실사용근거(RWE)다. 환자마다 유전적 특징과 병력, 생활 환경, 습관 등이 다르므로, 개개인에게 맞춤화한 대처법을 도출하기 위해서 RWD 기반 RWE 분석이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의약품 허가에 필요한 임상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무작위 임상연구(RCT, Randomized Clinical Trials)로 얻은 임상데이터를 활용했다. RCT는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일정 규모의 대상을 두고,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안전성과 효능을 규명했다. 임상연구 과정에서 임상주도자의 개입이 들어가므로, 편향된 결과를 얻을 위험이 컸다.
반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수집한 RWD는 RCT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RWD의 출처는 의료기관의 전자의료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 청구 자료 등이다. 통제된 환경이 아닌 실제 진료 과정에서 수집한 정보이므로, 시험 대상에 대한 제한이 없다. 실제 치료 과정의 데이터를 수집하므로, 중간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대상도 없다. RWD를 가공·분석한 RWE가 성공적인 임상연구를 이끌며 치료제 개발을 가속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RWD를 기반으로 추출한 RWE를 활용해 통제된 환경에서 이뤄진 RCT를 보완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희귀의약품, 항암제와 같은 작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신약 개발이 급증하면서, RCT 배정이 불가한 사례도 늘었다. 샘플 사이즈를 확보하기 어렵고, 적합한 비교군도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해외 규제기관(FDA, EMA, NMPA)을 통해 RWD·RWE를 활용한 신약 허가 승인 또는 적응증 추가, 적응증 확대 등 총 21건의 승인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RWD·RWE가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기반으로 작용하자, 국내에서도 곳곳에서 활용 움직임이 나타난다. 일례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성과 기반 급여 관리에서 RWD·RWE를 적극 활용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희귀질환 치료제나 항암제와 같이 전통 방식의 임상연구로 치료 효과나 안전성 입증이 어려운 분야에 RWD·RWE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렉라자가 2차 치료제로 정식 허가를 받을 때, RWD가 근거 연구로 활용돼 주목받았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희귀질환 및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사들이 늘어나면서, 조만간 임상단계에 RWD·RWE를 활용하는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보건의료 데이터 시장 규모의 확대도 예상된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오는 2033년,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데이터 시장 규모가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1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RWD·RWE 기반 의료데이터 분석 기술 갖춘 기업 주목받아
살펴본 것처럼 RWD·RWE 기반 의료데이터 분석의 유용성으로 관련 연구를 추진하려는 의료기관이 늘었지만,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예컨대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보관하고도 전문 분석 기술이나 인력이 없어, 어떻게 가공·분석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다. 공급자(병원)와 수요자(산업계) 간 간극도 크다. 공급자는 어떤 수요자가 있는 모르고, 수요자는 공급자가 어떤 데이터를 줄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RWD·RWE 기반 의료데이터 분석 기술로 공급자와 수요자 간 간극을 메울 의료데이터 전문 분석 기업이 주목받는다. 2020년 11월 설립된 메디플렉서스도 그중 하나다.
메디플렉서스는 데이터 공급자와 수요자 간 간극을 메우기 위해 후향적 연구 설계와 분석을 돕는 데이터 임상연구 수탁 서비스(데이터 CRO) ‘아울(OWL)’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의 의학적 요구사항에 따라 전문적인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연구전용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돕는다. 표준작업절차서를 기반으로 수요조사와 DB 설계, 데이터 수집, 데이터 가공, DB 적재, 품질관리, 가치평가, 사후관리 등의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다.
김동규 메디플렉서스 대표는 “현재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데이터 생산자와 분석·활용을 원하는 수요자의 니즈가 상호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는 많아 보이는데 쓸만한 데이터가 원하는 저장소에 보이지 않는 사례”라며 “따라서 의료 데이터 진열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쇼핑할 때 카탈로그가 필요하듯 원하는 데이터가 저장소에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며 시간 개념에 따라 데이터 분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의료데이터 전문 기업이 이 같은 간극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사는 최근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고령 만성 질환 연구를 뒷받침 중이다. 건강검진 데이터(EHR), 개인건강기록데이터(PHR), 병원 전자의무기록데이터(EMR)을 기반으로 임상연구를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제품 기획 및 임상 설계, 시판 전후 연구 등의 과정에서 필요한 RWE 연구 여정 전반과 DB 2차 가공, 전용 소프트웨어 제공, 데이터 카탈로그 기능, 전문 인력의 데이터 연구 지원 등으로 성공적인 RWE 연구 수행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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