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 떨어지고 대출 한도 줄어든다"…은행 '막차 수요' 몰려
연 4% 이상 정기예금 자취 감춰
정부 압박에 대출 금리 오름세
내달 DSR 강화…대출 한도 축소
은행들이 줄줄이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 속에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다. 반면 정부 압박에 대출 금리는 연일 오름세를 타고 있다. 예금과 대출 금리 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은행 영업점엔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9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한도가 줄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와 예금 이자가 더 떨어지기 전에 자금을 예치하려는 수요가 몰린 탓이다.
◆자취 감춘 4% 예금 차 수요 늘어
신한, 국민은행에 이어 농협은행이 예금 금리를 최대 0.35%포인트 낮췄다. 농협은행은 지난 5일부터 일반정기예금과 자유적립정기예금 3년 만기 상품의 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2022년 금리상승기 당시 3년 장기물 금리를 높게 제공했고,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로 시장금리가 하락해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다른 은행들도 예금 상품 금리를 낮췄다. 신한, 국민은행은 주요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내렸다. 정기예금 가입 수요가 커지자 자금 조달이 쉬워진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낮추는 모습이다. 저축은행에서조차 금리가 연 4% 이상인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은 종적을 감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38개 상품의 실제 취급 평균 금리는 3.46%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은행들이 줄지어 예금 금리를 낮추면서 고객이 받을 실제 금리는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하루라도 빨리 막차를 타려는 이들이 서둘러 남은 고금리 상품을 찾아 나선 이유다. 그 덕분에 정기예금 잔액은 역대 최대치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만기 6개월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852조2139억원으로, 전월 말(843조9623억원) 대비 0.98%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현재 우대금리를 포함해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한 곳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다. iM뱅크 iM주거래우대예금(첫만남 고객형)은 연 3.81%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 실제 취급 평균 금리는 연 3.69%로 나타났다. 농협은행 고향사랑기부은행도 최고금리가 연 3.80%다. 각종 우대금리를 더하더라도 연 4%를 넘는 예금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가장 금리가 낮은 예금 상품은 수협은행의 Sh평생주거래우대예금이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가 연 2.40%, 최고금리가 연 2.80%로 전체 상품 중 가장 낮다.
◆대출 한도 수천만원 줄어
대출 막차를 타려는 이들도 상당하다. 은행들이 연달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은 실수요로 꼽히는 전세대출 금리를 지난 2일 0.3%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연 2.9%대 금리의 주담대를 판매해온 신한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연 2%대 주담대는 자취를 감췄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이달에만 세 차례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도입되면 대출 한도는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7월 1일부터 하려 했지만 시행 시기를 불과 1주일 앞둔 6월 24일 시행 시기를 오는 9월 1일로 미뤘다. 개인의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 시기가 2개월 뒤로 밀리면서 지난달 주담대 ‘막차’ 수요가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다.
9월 제도가 시행될 경우 소득 1억원 차주 기준 혼합형 5년은 기존 6억4000만원에서 6억20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든다. 연간 총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의미하는 DSR은 현재 은행권 40%, 비은행권 50%가 적용 중이다.
금융당국은 금리 변동으로 인한 변동금리 대출의 상환 부담 증가를 반영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관련 DSR 계산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DSR(1단계)을 적용하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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