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35년 인연’ 월즈 부통령 후보, 친구인가 잠재적 적군인가[뉴스분석]

박은경 기자 2024. 8. 8. 16: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1989년 첫 중국행
중국 고교에서 1년간 미국 역사와 영어 가르쳐
홍콩 민주화 시위 등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적극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5년간 중국과 인연을 이어온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중국의 라오펑유(오랜 친구)일까, 잘 알기 때문에 더 아프게 때릴 수 있는 잠재적인 적일까.

월즈 주지사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자 공화당은 그를 ‘친중’ 인사로 낙인을 찍어 공격하고 있다.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은 7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월즈는 공산주의 중국과 35년간의 비범한 관계를 미국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책사’로 꼽히는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도 6일(현지시간) 엑스에 “공산주의 중국이 (월즈의 부통령 후보 지명을) 매우 기뻐할 것”이라며 “마르크스주의자 월즈만큼 친중 인사는 없다”고 공격했다.

공화당은 친중 프레임을 씌우고 있지만, 월즈 주지사가 톈안먼 민주화 시위, 티베트, 홍콩 민주화 등 문제에서 중국 정부와 반대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적 친분은 끈끈하지만, 대중국 비판 강도가 날카롭기 때문이다.

월즈 주지사가 중국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톈안먼 시위가 일어난 1989년이었다. 대학 졸업 직후 그는 하버드대의 국제교육 교환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광둥성 포산제1고교에서 1년간 미국 역사와 영어를 가르쳤다. 그는 당시 경험한 톈안먼 시위 진압에 대한 충격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혔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그는 “(중국 당국이 탱크를 동원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6월 4일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뚜렷하다”면서 “많은 동료 외국인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떠났다”고 말했다.

아내 그웬과는 5년 뒤인 1994년 6월 4일에 결혼식을 올렸고,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웬은 한 인터뷰에서 “그가 평생 기억에 남을 데이트를 하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그해 아내와 ‘에듀케이션 트레블 어드벤처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2003년까지 매년 미국 고등학생들을 중국으로 여름 단기 연수를 보냈다.

2006년 미네소타주 연방 하원의원이 된 후 중국 인권 실태를 비판하는 활동에 다수 참여했다. 톈안먼 시위 20년에는 투옥된 시위 참가자들의 처우 환경 조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2017년 ‘홍콩 인권민주주의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2016년에는 중국 정부가 가장 기피하는 인물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났고, 이후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과도 면담했다. 홍콩 청년 운동가였던 제프리 응오는 “월즈가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지식이 풍부하고 열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 관세 폭탄 정책에는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뉴스위크는 8일 “월즈가 인권이나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농업이나 기후 변화 문제에서는 협력을 강조했다”고 했다.

중국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월즈 주지사가 ‘중국을 진짜 이해하고 있는 미국인’이라는 평가나 그가 부통령이 되면 미·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한다. 2020년 대선 때도 중국에서는 1979년 미·중 수교 직후부터 중국과 인연을 맺고, 덩사오핑·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등 최고지도자들과 두루 만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라오펑유’ 바이든 대통령도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대중 강경책을 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싱크탱크인 타이허인스티튜트의 천정 연구원은 8일 남방도시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는 현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계승해 대중 강경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면서 “해리스 캠프에 중국을 잘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관련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월즈 주지사가 달라이 라마와 홍콩의 민주 운동가를 만난 경력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미 대선은 미국의 내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