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시그널에 비트코인 가격 '비틀'…트럼프 효과 사라졌다
일주일새 16% 급락 6만弗 붕괴
파산한 거래소 물량 폭탄 겹쳐
중동 긴장도 투심 위축 부채질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비트코인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기준금리 인하 계획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시장에선 이것을 강력한 침체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하면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약세를 나타낸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친(親) 비트코인 행보에도 비트코인이 힘을 못 쓰는 모습이다.
○급락한 비트코인
8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한때 70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불과 이달 1일만 해도 9178만9000원대를 기록했다. 9000만원이 붕괴한 건 이튿날인 2일부터다. 8600만원대로 급락한 비트코인은 8000만원대까지 주저앉았고, 5일에는 70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일주일도 안 돼 1000만원 이상 내린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6만달러대가 무너졌다. 이달 초 6만6000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현대 5만80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새 16% 하락했다.
비트코인이 급락한 것은 미국의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구매자 관리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돌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약 1년 만에 최다를 기록하자 4% 가까이 폭락했다. 다음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달 대비 11만4000명 늘고, 실업률이 4.3% 오르는 등 부진한 고용지표가 공개되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고용 증가세가 평균을 크게 밑돌고 실업률이 예상보다 오르자 미국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Fed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도 확산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호재로 여겨왔다. 금리 인하 전망이 강해질 때 대체로 비트코인 가격은 올랐다. 금리가 내리면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는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냉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기가 침체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다.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물량 폭탄’도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 때 미국 암호화폐 대출 및 트레이딩 업체 제네시스 트레이딩과 관련된 지갑에서 1만6600개 비트코인(약 11억달러)과 16만6300개 이더리움(약 5억2100만달러)이 다른 계좌로 이체됐다. 채권자에 대한 현물 상환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 대규모 비트코인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이유다. 앞서 미국 정부가 압수한 약 2만8000개 비트코인을 내놓고, 해킹으로 파산한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3만3960개 비트코인을 채무자에게 돌려준 것 등 비트코인 매물 폭탄이 잇따르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것도 비트코인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10개월째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피살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통상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세진다.
○트럼프 효과도 반짝
비트코인은 지난달 ‘친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당한 이후 7만달러선까지 올랐다. 오는 11월 열릴 예정인 미 대선에서 당선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고 미국을 비트코인 중심지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략자산은 중앙은행이 비축하는 대외자산이다.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한다. 금이나 달러, 특별인출권(SDR) 등이 해당한다. 여기에 비트코인을 포함하겠단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는 비트코인을 금이나 기축통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가상자산 시장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적인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그만큼 비트코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7000만원대로 가나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반등할 재료는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코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일부 투자자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기술주 등 위험자산에 대한 심리 위축으로 비트코인이 5만50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화로는 7400만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민주당은 반(反) 가상자산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가상자산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벤츠, 독일보다 한국서 더 많이 팔렸는데…"어쩌나" 술렁
- 8억5000만원 아파트, 3년 버텼더니…강북 집주인들 '환호'
- "연차내고 왔어요" 500명 몰렸다…하루 만에 완판 된 신발
- 하룻밤에 1000만원…고소영·장동건도 반한 '인증샷 명소'
- "최대 319만원" 청라 화재 지원금 소식에…맘카페 '부글부글'
- 美 체조 영웅 유니폼서 포착된 한글…뭐라고 쓰여있길래 [2024 파리올림픽]
- "요즘 모텔 왜 가요"하더니…줄줄이 터질 게 터졌다
- 삼계탕에 부추 먹으려 했는데…"이게 무슨 일" 장보다 '깜짝'
- "이건 지금 사야 해"…마트 간 40대 주부도 쓸어담았다
- "이 정도면 평생 할만하지"…3040 몰리는 의외의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