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의 회사 주식으로 자금조달을?” 카카오게임즈 교환사채에 불쾌해 한 크래프톤 주주들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2700억 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한 후, 국내 게임 회사 시가총액 1위 크래프톤 주주 사이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크래프톤 주식을 교환사채의 교환 대상으로 내놓으면서다.
카카오게임즈 교환사채를 취득한 투자자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크래프톤 주식으로 바꿔 팔 수 있다. 크래프톤 일부 주주는 매물 부담이 주가를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물량이 많지는 않다. 추후 나올 수 있는 매물은 전체 주식의 1.74% 정도다.
카카오그룹 산하 게임 기업 카카오게임즈는 6일 장 마감 후 2700억 원 규모 2회차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교환 대상은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크래프톤 보통주 83만3330주 전량이다. NH헤지자산운용이 ‘NH 앱솔루트 리턴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1호’, ‘NH 앱솔루트 벤처세컨더리 일반 사모투자신탁’, ‘NH 앱솔루트 Mezzanine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5호’ 펀드 등을 통해 카카오게임즈 교환사채 전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자인 NH헤지자산운용은 주당 32만4027원에 교환사채를 크래프톤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주가가 교환가격인 32만4027원 이상으로 올라야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교환사채는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 모두 0%이기 때문에 만기(5년)까지 채권으로 들고 있어도 이자 수익 없이 원금만 돌려받게 된다. 인수자는 만기 전 주식 교환을 통해 주가 상승 차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8월 들어 크래프톤 주가는 27만~28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인수자는 다음 달 19일부터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일각에선 카카오게임즈가 교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앞서 발행한 전환사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4월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3월 발행했던 5000억 원 규모 전환사채(1회차) 중 약 3700억 원을 조기 상환했다. 해당 전환사채는 만기 5년에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 모두 0%로 발행됐다. 2022년 3월 말부터 주당 5만2100원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는데, 주가 하락으로 사채권자들은 대부분 주식으로 바꾸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원금 조기 상환 청구가 가능해지자 다수의 채권자가 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했다. 카카오게임즈는 3월 말 3708억 원을 조기 상환했다. 차입금과 현금을 활용해 갚았다. CB 잔액은 925억 원이다.
카카오게임즈가 밝힌 교환사채 발행 목적은 운영 자금 조달이다. 재무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게임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는 데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2700억 원 중 올해 약 1000억 원을 쓰고, 내년에 1700억 원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무 안전성을 언급한 만큼 남은 CB 상환에 교환사채 조달금을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카카오게임즈가 교환 대상으로 내놓은 크래프톤 주식은 크래프톤 전체 발행 주식의 1.74% 수준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크래프톤 상장 전인 2016년 50억 원을 투자해 해당 지분을 취득했다.
크래프톤 주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기관 투자자가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다른 한편에선 카카오게임즈가 폭탄을 던졌다는 원성도 나온다. 카카오게임즈가 들고 있던 크래프톤 주식 역시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긴 하지만, 주식은 심리의 영역인 만큼 매물 부담이 부각되면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교환사채 발행 공시 다음 날인 7일 크래프톤 주가는 2.80% 하락한 27만7500원으로 마감했다. 게임업종 35개 종목 중 8개 종목만 하락했는데, 크래프톤 하락률이 가장 컸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0.17%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 소액주주는 “크래프톤 공시는 항상 챙겨보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공시가 다른 기업(카카오게임즈)에서 나와 주가가 하락해 조금 불쾌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주가는 8일에도 하락 출발했다가 1.62% 상승한 28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0.55% 내린 1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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