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만난 ‘이대남 갈라치기’ [코즈모폴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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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2000년생 온라인 게임방송 진행자 아딘 로스의 90분 생방송 인터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승리 디딤돌로 누구를 택했는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선 로스가 총격을 당한 뒤 오른손을 치켜든 트럼프의 모습으로 래핑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과 초호화 롤렉스 시계 등 수억원대 선물을 트럼프에게 선사한 것이 관심을 끌었지만, 뉴욕타임스는 "더 중요한 선물은 로스를 따르는 수백만명의 젊은, 대부분의 남성, 우파 성향의 잠재적 유권자들에게 접근한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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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 국제뉴스팀장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2000년생 온라인 게임방송 진행자 아딘 로스의 90분 생방송 인터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승리 디딤돌로 누구를 택했는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선 로스가 총격을 당한 뒤 오른손을 치켜든 트럼프의 모습으로 래핑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과 초호화 롤렉스 시계 등 수억원대 선물을 트럼프에게 선사한 것이 관심을 끌었지만, 뉴욕타임스는 “더 중요한 선물은 로스를 따르는 수백만명의 젊은, 대부분의 남성, 우파 성향의 잠재적 유권자들에게 접근한 것”이라고 짚었다. 로스의 팔로어는 유튜브 447만명, 인스타그램 729만명, 엑스 250만명 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만남에서 바이든 정부의 교육 시스템 타락과 범죄율 상승 등을 비판했고, 힙합 문화와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을 뽐냈다. “남녀는 모두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명제는 오늘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고도 했다. 노골적인 ‘분노의 정치’(politics of resentment) 동원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의 새로운 정치 전쟁, 젊은 남성과 젊은 여성을 겨루게 한다’란 기사에서 18~29살 남녀 유권자의 지지 정당이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극명히 나뉜 정치 지형을 촘촘히 분석했다. 지난 6~7월 이 신문의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연령층의 여성 응답자 60%가 민주당을, 26%가 공화당을 지지한 반면 남성 응답자의 49%는 공화당을, 37%는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는 2020년 여론조사는 물론 지난 20년간의 정당 지지율 추세 흐름이 바뀐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흐름이 선거일까지 지속된다면 공화당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젊은 남성 유권자 집단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성별 간 인식 차는 기후 문제와 임신중지, 국경 통제, 학자금 대출 상환 면제, 감세 정책 등을 주제로 벌어져 있다.
공화당은 의도적으로 이를 부각하려는 듯하다.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이며 여성이라는 점을 두고 능력이 부족하지만 후보로 선택됐다는 취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equity·inclusion, DEI) 후보라는 비아냥이 쏟아진 바 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상원의원의 “자식 없는 캣 레이디”라는 과거 망언이 다시 조명되면서 이 구도가 전면화됐다. 보니 호니그 미국 브라운대 교수(현대 문화와 미디어, 정치학)는 가디언에 “(성별 격차를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과도한 추론을 하는 것은 민주당을 여성화시키려는 공화당의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라며 “공화당은 자신들이 남성성을 상징한다고 주장하려 한다”고 짚었다.
이는 불편한 기시감을 준다. 2022년 한국 대선이 그랬고,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확인됐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자유와 관용을 상징했던 유럽 국가들에서 광풍처럼 불어닥친 극우 정당의 선전은 “외국인 혐오주의자와 젊은 남성들”로부터 기인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평가다. 이런 혐오와 분열의 정치가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절망적이다. 상승세를 탄 해리스 부통령이 이 분열적 구도를 깨는 것에 기대를 걸어본다.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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