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우미부터 AI 곰인형까지…개발자 102명 모여 빚어낸 `AI 완성작`
8일 오전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
털이 복슬복슬한 곰인형의 버튼을 누르고 "안녕,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물으니 "오늘은 기분이 좋아, 네가 좋아하는 일은 뭐야?"라고 답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구현해 똑똑한 지능을 갖춘 곰인형 '에코테디'다.
옆 부스에 마련된 'TGO'에서는 질문 한 마디에 2박3일 일본 홋카이도 가족 온천 여행을 위한 맞춤 일정표를 받아볼 수 있었다. "홋카이도 공항에서 가장 유명한 기념품 가게를 알려줘"라고 챗봇에 물어보니 로이스 초콜릿, 세가와 등 초콜릿과 전통 간식을 파는 가게를 추천해줬다. 이는 연령과 소속에 무관하게 SKT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로 진행한 '제6회 데보션 테크 데이' 스터디 결과물이다.
데보션은 '개발자들을 위한 영감의 바다'라는 뜻으로, SKT ICT 패밀리사가 주도하는 대표 개발자 커뮤니티다. SKT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6차례 스터디를 진행하며, 직접 개발한 기술과 솔루션, 내·외부 합동 개발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SKT는 지난 4월 데보션 전문가 주도의 AI 중심 스터디 프로그램 '데보션 오픈랩'도 신설했다.
이번 데보션에는 총 400여명이 신청해 102명의 개발자가 참석했다. SKT뿐 아니라 금융·IT·교사·학생 등 다양한 소속의 개발자들이 모였다. 스터디에 참석한 이들은 퇴근 후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자유로운 토론과 개발을 진행하며 '열공' 분위기를 이어갔다.
데보션 오픈랩은 생성형 AI, 오픈 LLM, LLM 옵스 등 AI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백엔드, 네트워크 등 총 10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SKT는 이중 LLM 기반 곰인형 '에코테디'와 데이터 추출·쿼리실행 자동화 솔루션 '렌즈(Lens)', AI 문제 생성 'LLM 에듀뱅크', 여행 일정 솔루션 'TGO' 등 프로젝트 결과물 데모 부스를 선보였다.
특히 일반 개발자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이 데보션에 참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각 솔루션 특화 직군의 개발자가 참여하면서 실생활에 녹아들 수 있는 '페인포인트'를 잡았다. 자폐 아동 대상 LLM 기반 곰인형 에코테디를 개발한 팀에는 자폐 아동의 특징을 잡아낸 교사가 참여했다. SK텔레콤 '누구'의 TTS 솔루션 등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에코테디가 자폐증을 가진 아이의 친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년차 교사 엄주홍 씨는 "아이디어를 던졌는데 한 팀원이 '같이 하자'고 제안해 참여하게 됐다"며 "자폐 아동의 또 하나 특징이 사람과 대화할 때 눈 마주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곰인형 눈에 카메라를 심어 아이의 표정 인식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동부터 성인까지 학생들을 위한 문제를 AI로 생성하는 '에듀뱅크'에는 교육 사업 직군 교원 관계자, '일잘러'를 위한 구조화된 쿼리 언어(SQL)을 개발한 렌즈팀에는 KB국민은행 직원이 참여했다. 여행 정보를 입력하면 일정을 자동을 짜주는 AI 에이전트 TGO팀에는 여행사 팀장이 힘을 보탰다.
데보션 오픈랩에는 직장인뿐 아니라 미래 개발자를 꿈꾸는 대학생도 참여한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친 실력자들이기도 하다. 중앙대학교 3학년생 이승연씨는 "대학생으로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다양한 직군의 직장인 선배들이 기술적으로 조언을 아낌없이 해줬다"며 "기업 차원에서 현직 개발자들과 같이 스터디를 하고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도 직접 자원해 발표 세션을 맡았다는 세종대학교 재학생 김경환씨는 "팀원들과 똑같이 앱을 개발하고 리뷰하는 식으로 스터디를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실무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며 "SK하이닉스, 한화생명, 배달의민족 등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참여했는데 '개발'이라는 하나의 틀에서 다양한 직군 이야기를 들어 기술과 진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경험"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앞으로도 다양한 직군의 개발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테크 데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허준 SK텔레콤 Talent Acquisition 담당은 "이번 테크 데이를 통해 많은 개발자들이 오랜 시간 공들인 결과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며 "특히 '데보션 오픈랩'이라는 데보션의 프로그램 자체가 행사의 메인 콘텐츠가 된 첫 사례로, '데보션'이라는 브랜드의 확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급성장하는 개발 생태계 속에서 개발자 소통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정환 SKT 기업문화 담당(CHRO)은 "이번 데보션 테크 데이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앞으로도 급변하는 AI 생태계 속에서 국내 개발자들의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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