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인텔, 주주들에 고소당해… “경영 문제 은폐해 주가 폭락”
2분기 실적 부진·구조조정에 주가 11년 만에 최저
2017년 오픈AI 지분 취득 기회 있었지만 포기
인텔의 수장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주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인텔이 경영 문제와 재정적 어려움을 은폐해 주가가 부풀려졌고,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주장이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인텔 주주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인텔과 겔싱어 CEO, 진스너 CFO가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침체를 겪으면서도 수십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주들은 “겔싱어 CEO와 진스너 CFO가 중대한 허위 및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회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다”고 했다.
주주들은 올해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긍정적으로 강조한 발언을 짚고 나섰다. 앞서 진스너 CFO는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계속 추진해 2023년에 30억달러(약 4조원)의 비용을 절감했고, 새로운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구축해 2024년 이후에도 더 높은 효율성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모델은 운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주주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말했다. 인텔의 내부 파운드리 모델은 외부 고객뿐 아니라 자사 부서에도 마치 외부 고객처럼 반도체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주들은 “CFO 발표와 달리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에서 지출이 더 늘어났고 그 결과 지난해 70억달러(약 9조6000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세계 2위를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지난 1일 파운드리 사업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고 주주들은 주장했다. 경영 문제를 사전에 알리지 않아 인텔의 시장 가치가 하루 만에 320억달러(약 44조원) 이상 급감했다는 것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인텔은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은 작년보다 1% 감소한 128억달러(약 17조6000억원)로 시장 예측치에 미치지 못했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우 올 2분기 영업손실 28억달러(약 3조8000억원)를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겔싱어 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 기술 노드에서 큰 진전을 이뤘으나 막대한 투자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발표 이튿날 인텔 주가는 26.05% 폭락해 5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주가는 종가 기준 2013년 4월 15일(21.38달러)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인텔의 시가총액은 812억달러(약 111조70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삼성전자 시총(3513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인텔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나, 주주들은 이 역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임에도 사전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당장 올해 안에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 이상을 감원하고, 4분기부터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로써 2025년까지 자본 지출을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 이상 줄인다는 계획이다.
시장 평가도 냉랭하다. 과거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던 인텔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부활을 도모하고 있으나, 업계에선 인공지능(AI) 시대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져 상황을 빠르게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AI에 특화된 경쟁자들이 늘어나 시장 지배력을 뺏겼다는 평가다.
로이터는 인텔이 7년 전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을 취득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포기했고, 이는 인텔이 AI 시대에 뒤처지게 된 전략적 실패 중 하나라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반도체 연구원 스테이스 라이곤은 “인텔이 당면한 문제는 이제 기업의 존재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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