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공동 개발한 태양 관측 장비 ‘코덱스’…태양의 비밀 풀러 우주정거장 간다

한미 연구진, 태양 대기 외각 ‘코로나’ 관측하는 ‘코덱스’ 개발
10월 중순 팰컨9에 실려 발사, ISS서 6개월 이상 임무 수행
코로나 밀도, 온도, 질량 2D 영상으로 관측
ISS서 ‘교통 체증’으로 임무 한달 지연

한국천문연구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그래프 '코덱스(CODEX)'가 오는 10월 발사된다. 코덱스는 코로나의 밀도, 온도, 질량 데이터를 2차원(D) 영상으로 얻을 수 있는 최초의 장비다./미 항공우주국

한국과 미국이 함께 개발한 태양 코로나 관측 장비(코로나그래프) 코덱스(CODEX)가 오는 10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의 대기인 코로나를 정밀하게 관측해 태양풍의 가속 원리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장비다.

우주항공청과 한국천문연구원은 8일 서울 종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코덱스가 오는 10월 중순 스페이스X의 우주선 팰컨9에 실려 발사된다고 밝혔다. 코덱스는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돼 6개월 이상 태양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최성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덱스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의 밀도, 온도, 질량을 2차원(D)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장비”라며 “태양 활동을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될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그래프는 코로나를 관측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한 망원경이다. 코로나는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쪽 영역을 말한다. 태양 표면 온도는 섭씨 6000도 수준이지만 코로나의 온도는 수백만도에 달해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태양 중심인 핵에서 발생한 열에너지가 순차적으로 전달되면 표면이 코로나보다 더 뜨거워야 한다. 오히려 코로나 온도가 높은 이유를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2022년 3월 30일 솔라 오비터 탐사선이 태양의 남극 부근에서 관측한 코로나 홀(Corona hole). 고에너지 입자들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미 항공우주국, 유럽우주국

코로나의 높은 온도는 원자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노는 상태로, 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제4의 물질 상태로 불린다. 플라즈마 입자는 태양풍의 형태로 지구로 향한다. 플라즈마 입자가 가진 큰 에너지는 지구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는 지자기폭풍을 일으켜 통신, 전력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태양풍의 속도는 초속 수백㎞에 달할 정도로 빠른데, 태양풍이 빠르게 부는 이유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코덱스는 코로나가 품은 비밀을 풀 열쇠로 주목 받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제안으로 미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코덱스는 태양 반경의 10배가 넘는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 천문연은 코덱스의 핵심 부품인 편광카메라, 필터휠, 구동제어기 같은 하드웨어와 비행,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했다. 나사는 태양 추적 장치, 광학계 개발을 담당했다. 이전에도 태양 탐사 위성과 탐사선에 코로나그래프가 실려 관측 연구가 이뤄졌으나 코로나 외각 지역을 볼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임무의 나사측 책임자인 제프리 뉴마크는 “한국이 가진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나사의 광학계, 태양 추적장치 기술을 잘 접목했다”며 “코덱스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경우, 장기적으로 운영할 다른 관측장비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덱스는 2022년 7월 비행모델 개발이 완료돼 현재 모든 검사를 마치고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통신·제어 기능 시험은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미국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진행돼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국제우주정거장(ISS·왼쪽)에 있는 'ECL-3'에 설치하는 코덱스(오른쪽)의 임무 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당초 9월 말 임무 시작이 예정돼 있었으나 ISS의 교통체증으로 인해 한달 가량 지연됐다./우주항공청

코덱스는 오는 10월 중순 발사돼 ISS의 ‘ELC-3′에 설치된다. 임무 기간은 6개월로 예정돼 있으며, 임무 성과와 운영 상태에 따라 최대 2년까지 임무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한국 연구진은 이번 공동 연구를 통해 우주 탐사와 산업계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코덱스의 핵심 부품인 픽셀분리형 편광 카메라는 국방, 반도체, 자동화 분야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다만 군사기술로 분류돼 해외에서 수입을 할 수 없어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 책임연구원은 “코덱스 개발 초기부터 추후 용도 확장을 위해 범용성, 확장성을 고려해 설계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카메라 기술은 현재 진행 중인 달 탐사 프로젝트와 해외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산업계에서도 픽셀분리형 편광 카메라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주요 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코덱스 임무는 당초 9월 24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ISS의 교통체증으로 한달 가량 지연됐다. ISS에는 우주선이 결합할 수 있는 도킹스테이션이 2곳 뿐이다. 현재 보잉의 스타라이너와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이 각각 1대씩 도킹 중이다. 스타라이너는 추진체 문제로 귀환하지 못하고 있으며, 크루드래건도 지난 7월 스페이스X의 팰컨9이 발사에 실패하면서 귀환이 미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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