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리스크’ 없다는 카카오뱅크…‘주담대 리스크’는 어쩌나
개인사업자 대출은 건전성, 신사업은 대주주 적격성 부담 여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카카오뱅크가 상반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향후 성장성엔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번 실적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은 심화되고 있어서다. 대주주 리스크로 신사업 인허가는 요원한 가운데 이자 장사도 어려워지면 성장이 멈출 것이란 우려다.
8일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23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전년 동기(1838억원) 대비 25.9% 증가한 수치다. 호실적은 이자수익이 견인했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이자수익은 1조18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8% 늘었다. 전체 영업수익의 81%를 차지한다.
여기엔 주택담보대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1년간 전체 여신 상품 가운데 주담대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담대 잔액은 5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 12조4000억원으로 7조원 가량 증가했다. 두배 넘는 규모가 됐다. 같은 기간 전체 여신 잔액은 8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주담대가 증가한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주담대를 이렇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대환대출 덕이라는 평가다. 올해 초 '온라인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행되자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대환 수요를 집중 공략했다. 당시 주요 은행 최저금리보다 낮은 연 3%대 금리를 내세우며 차주들을 쓸어 담았다. 대환 시장을 점유한 결과 지난 1분기에만 주담대가 2조7000억원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 중 대환 목적 비중도 50%에서 62%까지 높아졌다.
돌파구는 개인사업자 대출…건전성 관리 도마
하지만 이같은 대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연간 여신 성장 목표치를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보면 주담대가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찍이 판단한 모습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포용금융 압박도 받고 있다.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위주 영업 행태가 적절치 않다고 보고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규제를 개편할 계획이다. 현재는 가계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액이 차지하는 값을 대출 비중으로 산정하고 있다. 이를 주택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총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히 검토되고 있다. 분모가 늘어나기 때문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하락하게 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32.5%였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11% 수준으로 낮아진다. 주담대 성장은 둔화되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국면을 맞은 셈이다.
이렇게 되면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연체율은 1분기에 비해 0.1%포인트 오른 0.48%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0.47%로 지난해 3분기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뱅크는 가계대출 둔화의 돌파구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내년 출시를 목표로 1억원 초과 개인사업자 신용대출과 다양한 형태의 담보부 대출 상품을 준비 중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만큼 건전성 관리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건전성과 대출 성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 카카오뱅크 COO는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와 관련해 "개인사업자 마켓에서의 존재감 강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라 보고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현재까지 보증부 대출 및 신용대출 건전성 관리에 있어 탁월한 실적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대주주 리스크 없다지만…신사업 성장도 제약
카카오뱅크 역시 가계대출 성장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중장기적인 신사업 성장 전략 추진에도 매진하고 있다. 플랫폼 및 수수료 이익 확대를 주요 사업 추진 방향성으로 삼고 전략 재편을 거듭해왔다. 올해 2분기 플랫폼 수익은 214억원, 수수료 수익은 49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 2% 가량 늘었다. 해당 부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기대 만큼의 성과를 얻기 위해선 마이데이터, 신용카드, CB 사업 등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이들 사업의 인허가는 계속 보류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구속 기속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신사업 성장에 대주주 리스크가 적다는 입장이다. 김 COO는 "대주주 적격성 관련 신규 진출이 제한돼 있는 영역은 특정 사업에 국한돼 있다"며 "개별 인가를 취득하는 노력도 하고 있지만 기존에 이미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금융사와의 제휴나 추가적인 협업에 의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수수료·플랫폼수익이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은 아쉬웠던 요인이다"며 "아이디어 상품과 서비스 출시로 수수료·플랫폼수익 확대를 도모하고 있지만 해당 수익을 의미있게 확대시킬 수 있는 마이데이터 및 신용카드, CB사업 등이 대주주 리스크로 인가가 지연되고 있어 단기간 내 관련 모멘텀 발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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