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전기차"…지하주차장 출입 제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
인천 청라 아파트와 금산 주차타워의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지하 주차장이나 타워형 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는 의무화가 된 데다 마땅한 부지를 찾기 어려운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안전 규제를 강화해 불필요한 사회적 우려와 오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 2일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 금지' 안건을 놓고 긴급 입주민 회의가 열렸지만, 전기차 차주와 주민 간 고성과 멱살잡이로 끝났다. 경찰까지 출동하게 됐고 전기차 차주는 결국 밖으로 내보내게 됐다.
경찰 출동 이후 남은 입주민들은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약을 만들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의 전기차 차주들은 반발하며 소송 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주차타워에도 전기차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고 있다. 일부 정유·화학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전기차 소유주 조사에 나서면서 공장 인근에 주차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충전시설 설치 의무화인데 소모적 논쟁"=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논의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소모적 논쟁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국내 공동주택 현실 등을 감안할 때 실외 공간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인구 밀도 등으로 마땅한 부지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전기선을 인입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구축 비용 등을 이유로 어려움이 따른다.
이미 국내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는 의무화가 된 상황이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2022년부터 10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 대수의 5%,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는 2%만큼 전기차 충전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최근에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지상에는 어린이 놀이터, 공원 등을 조성해 보행자 안전과 미관상 차량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지상 충전과 주차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전기차의 지하주차장이나 주차타워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전기차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오해만 야기하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사업법·소방법령 안전 규제 없어·소방 인프라 구축도 미비= 친환경차의 확대가 필수적인 만큼 전기차 화재 안전 기준을 정립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정표가 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전기차의 화재 대응을 위한 소방용수 등 소방시설 설치 의무 규정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전기사업법은 전기자동차용 충전시설에 대한 안전 기준만 두고 있다. 소방법령도 관련 시설에 대한 내용도 없다. 안전 규제 강화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소방 안전 인프라의 구축 역시 보급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차 화재 대응에 효과적인 질식소화포 지원 사업도 지난해 말에야 지자체에서 처음 실시됐다. 전기차 충전 중에 실시간으로 화재 발생 징후를 확인하고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당국에 신속히 통보하는 기능을 가진 '화재방지 충전기 구축' 예산도 올해 처음 800억원이 편성됐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차주 입장에서는 본인의 재산권 침해이기 때문에 억울할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의 무분별한 불안감으로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이어진다면 이럴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기차 화재가 날 수 있지만 충전을 80%까지만 하면 99%의 화재는 예방할 수 있다"며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을 100%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충전을 80%까지만 제한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정부 차원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오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진행한다. 정부는 이 회의를 토대로 내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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