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형사부 검사의 집념, 흐린 화면 속 범인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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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A씨가 성폭행 혐의로 지난 4월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졌다.
하지만 형사부 검사들은 업무 강도와 역할에 비해 검찰 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나오고 있다.
성폭행 피의자를 기소한 강 검사는 "다른 형사부 검사들이 이 사건을 맡았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때보다 피해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 뿌듯하다"고 했다.
앞으로 검찰이 형사부 검사들이 일할 맛 나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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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A씨가 성폭행 혐의로 지난 4월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졌다. 그런데 증거가 부족했다. 피해자 집에 촬영 장비가 있었지만 범행이 사각 지대에서 이뤄지는 바람에 성폭행 장면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맡은 춘천지검 강릉지청 형사부 강윤제(변호사시험 10회) 검사는 피해자가 제출한 39분 분량의 영상을 보고 또 봤다. 한 순간 영상에 잡힌 통돌이 세탁기 플라스틱 뚜껑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A씨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모습이 희미하게 비친 것이다.
강 검사는 영상의 화질을 개선해 달라고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에 요청했다. 영상이 결정적 물증이 됐다. 혐의를 부인하던 A씨도 범행 장면이 잡힌 영상을 들이밀자 결국 자백했다. 강릉지청은 A씨를 강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경력 3년차 형사부 검사의 집념 덕분에 사건이 미제로 남지 않고 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형사부 검사들은 살인, 강도, 절도, 강간 등 시민의 생명, 신체와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를 수사·기소한다. 1인당 월 100~150건, 연간 1200~1700건을 배당받는다.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5~6건꼴로 사건이 넘어오는 것이다. “범죄로부터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이라는 검사 선서를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형사부 검사들은 업무 강도와 역할에 비해 검찰 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나오고 있다. 유명 정치인이나 대기업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부 출신, 선거·노동 사건을 전담하는 공안부 출신 등에게 승진이나 보직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다른 부서로 이동하든지, 검사를 그만두는 게 답이라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지난 7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서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고 특히 검찰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걸 안다”면서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은 형사부를 통해 검찰의 존재 가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성폭행 피의자를 기소한 강 검사는 “다른 형사부 검사들이 이 사건을 맡았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때보다 피해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 뿌듯하다”고 했다. 앞으로 검찰이 형사부 검사들이 일할 맛 나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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