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위한 SMR 실증, '가상원자로' 플랫폼이 해결

이병구 기자 2024. 8. 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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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를 가상으로 구현하면 원자로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난제를 미리 알아볼 수 있다.

가상원자로를 활용하면 SMR 설계시 예측과 해석이 어려웠던 진동현상과 같은 난제를 상세히 규명하고 사전에 해결해 실증에 필요한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

 혁신기술 개발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도하는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전략연구단'이 맡는다.

가상원자로 플랫폼이 마련되면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향후 'SMR 자율운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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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원자로 기술은 물리적 요소를 연계해 원자로를 3차원으로 구현한 예측 시뮬레이션이다. 기존 모델로는 해석이 어려웠던 원자로 설계 난제 등을 해결해 SMR 실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를 가상으로 구현하면 원자로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난제를 미리 알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내부 증기발생기에서 유체가 유발하는 진동현상이다. 가상원자로를 활용하면 SMR 설계시 예측과 해석이 어려웠던 진동현상과 같은 난제를 상세히 규명하고 사전에 해결해 실증에 필요한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이 8일 서울 종로구에서 개최한 '과학언론인 원자력아카데미'에서는 SMR 실증 시기를 앞당겨 세계 SMR 시장을 선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디지털 혁신기술이 소개됐다.

디지털 혁신기술은 '가상원자로'와 '디지털트윈' 기술 기반 플랫폼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혁신기술 개발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도하는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전략연구단'이 맡는다. 연구단은 올해 정부 연구개발 사업인 '글로벌 톱(TOP) 전략연구단'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올해부터 205억원씩 5년간 1025억원이 지원된다. 

SMR은 전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와 실증에 나서고 있는 분야다. SMR 등 차세대원자로는 화석연료를 줄이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뒷받침할 에너지원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분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을 위한 이상적인 에너지원이지만 기후·계절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조진영 원자력연 선진원자로연구소장은 "2022년 기준 국내 태양광설비 용량은 21기가와트(GW)인데 실제 발전량은 3.1GW로 15% 수준"이라며 "한국은 풍력 여건이 좋지 않은 편인데 풍속과 발전량은 세제곱 관계라서 풍속이 9분의 7이면 발전량은 47%까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해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효율이 좋은 원자력에너지가 주목받는다. 상용화된 대형 원전은 출력량은 높지만 원자로 냉각에 해수가 필요해 건설 위치가 바닷가로 제한되고 용도가 전력 생산에 그친다. 차세대 원자로인 SMR은 대형 원전보다 출력 규모가 작지만 안전성이 높고 설치·운용이 용이해 운송수단이나 우주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단이 개발에 본격 착수한 가상원자로는 물리적 요소를 연계해 원자로를 3차원으로 구현한 예측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가상 환경에서 원자로 실증에 필요한 난제를 해결하고 설계·운영 비용을 저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원자로는 실제 측정된 현장 데이터를 분석하는 디지털트윈 기술과 연계된다. 디지털트윈이 실시간으로 원자로 모니터링을 하며 학습·검증 데이터를 제공하면 가상원자로가 오프라인 시뮬레이션과 예측 데이터를 제공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가상원자로 플랫폼이 마련되면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향후 'SMR 자율운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 'AI 운전원'은 AI가 가상원자로의 예측이나 원자로 센서 데이터를 인식하고 거대언어모델(LLM)로 원자력 문서나 작업자의 지시를 이해해 원자로를 제어한다는 개념이다. AI 운전원은 사고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대응을 최적화하며 원자로 운전에서 발생하는 인적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단은 2029년 가상원자로 플랫폼 시제품을 만들고 2031년에는 SMR 원자로 유형별로 특화된 상용화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연구단장을 맡은 조윤제 원자력연 디지털원자로·AI연구센터장은 "차세대원자로 기술 중 유독 해석 기술만 어려움을 겪는다"며 "디지털 혁신기술이 SMR 신속·정밀 설계 검증과 자율운전 등에 적극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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