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가장 현대적인 고전의 힘…연극 ‘맥베스’

2024. 8. 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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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맥베스’
배우 황정민, 맥베스 역으로 열연
악인의 가면을 쓴 나약한 인간의 모습

몇 세기를 이어오는 고전극을 대하는 연출자, 배우의 마음은 아마도 원작의 힘을 망가뜨리지 않되, 새롭게 해석해 신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극은 연극인에게 어려운 작업이다. 이번 ‘맥베스’는 이 조건에 제대로 맞춘 공연이다. 양정웅 연출, 여신동 무대미술을 비롯해 황정민, 송일국, 김소진 등의 연기는 제대로 무대를 장악했다.

(사진 샘컴퍼니)
국립극장 무대는 만만치 않다. 1,200석의 관객석을 무대로 집중시키기 위해선 열정과 노력 그리고 새로움으로 무장한 작품이어야 한다. 샘컴퍼니의 6번째 극 ‘맥베스’는 2024년 기대주답게 연일 객석을 감동과 환호로 가득 채웠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 이야기는 다 알고 있다.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승전 후 친구 뱅코우와 돌아오는 길에 마녀들에게 자신이 왕이 될 것이며, 뱅코우도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이를 들은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를 부추겨 덩컨 왕을 살해하게 만든다. 맥베스는 왕이 되지만, 마녀의 예언 때문에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결국 뱅코우와 맥더프의 가족을 몰살한다. 전쟁 영웅이었던 맥베스는 정적의 어린아이까지 모두 죽이는 악인이 된다. 하지만 맥베스는 지울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본연의 셰익스피어를 느낄 수 있도록 정통에 가깝게, 또 현대적인 미장센과 함께 만들었다”(-연출 양정웅) 무대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현대적 요소가 섞여 있다. 까마귀 형상의 연들이 하나둘 객석에 떠오르며 이내 극장을 가득 채우는 순간, 음산한 기운이 극장을 지배한다. 스크린과 조명을 이용한 시각적 효과, 현대적인 의상, 소총을 든 인물, 화상 통화 등등은 관객의 긴장감을 잠깐이나마 해제시킨다.

맥베스 역은 배우 황정민이 맡았다. 영화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던 그는 무대에서도 입체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욕망에 지배당하고, 죄의식에 괴로워하면서도 맥베스는 결국 악인의 가면을 쓴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특히 연회에서 자신이 죽인 피범벅인 된 뱅코우의 유령을 보고 두려움에 떠는 맥베스의 모습이 단연 압권이다. 이 연극은 고전이 아직도 사랑받는 이유를 설명하는 증거이다.

(사진 샘컴퍼니)
Info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기간: ~2024년 8월 18일 시간: 화, 목, 금요일 7시 30분 / 수요일 2시 / 토요일 2시, 6시 / 일, 공휴일 2시 출연: 맥베스 – 황정민 / 레이디 맥베스 – 김소진 / 뱅코우 – 송일국 / 덩컨 – 송영창 / 맥더프 - 남윤호 / 맬컴 – 홍성원 등

[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샘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2호(24.8.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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