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집게손’ 피해자 “경찰 불송치 결정서 받고 암담했다”

최윤아 기자 2024. 8. 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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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서는 지난달 24일 넥슨의 게임 홍보 영상에 '집게손'을 그린 이로 잘못 지목된 피해자를 향해 쏟아진 성적 모욕과 신상 공개 등 온라인 괴롭힘에 대해 불송치 결정했다.

범유경 변호사는 "경찰은 불송치 이유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풍토'라고 썼는데 '풍토'라고 해서 정당한 것은 아니고 잘못된 금기에 대해 수사기관이 동조해서도 안 된다"며 "설령 정당한 금기라고 해도 명예훼손, 모욕 범죄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를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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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사상검증 공동대책위 서초서 앞 기자회견
8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넥슨 집게손 사태’ 불송치 결정에 항의하고 공정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페미니즘 사상검증 공동대응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최윤아 기자

“불송치 결정서를 받고 암담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받아들여지면 제 뒤의 (또 다른) 피해자가 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넥슨 집게손 온라인 괴롭힘 피해자 ㄱ씨)

전국여성노동조합·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연대체인 페미니즘 사상검증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넥슨 집게손’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 괴롬힘을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에 불과하다며 고소를 각하(불송치)한 데 항의하고 성평등 관점에서 공정하게 재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피해자 ㄱ씨 쪽 법률대리인 범유경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ㄱ씨가 작성한 발언문을 낭독했다. 이 글에서 피해자는 “성차별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나서준 페미니스트 여성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서초서는 지난달 24일 넥슨의 게임 홍보 영상에 ‘집게손’을 그린 이로 잘못 지목된 피해자를 향해 쏟아진 성적 모욕과 신상 공개 등 온라인 괴롭힘에 대해 불송치 결정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7일 재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범유경 변호사는 “경찰은 불송치 이유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풍토’라고 썼는데 ‘풍토’라고 해서 정당한 것은 아니고 잘못된 금기에 대해 수사기관이 동조해서도 안 된다”며 “설령 정당한 금기라고 해도 명예훼손, 모욕 범죄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를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경찰이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트위터 글을 게시”했음을 들어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비판하는 건 “논리적 귀결”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가해자가)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도로 이런 문장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소인은 경찰 조사에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이 안 된다면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라도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경찰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가해자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이에 대한 언급은 수사결과 통지서에 담기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페미니즘 관련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것을 이유로 온라인에서 괴롭힘 및 혐오 대상이 되고 집단 행동에 의해 사실상 직업 수행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하므로 법령·제도·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경찰이) 인권위 결정문조차 참고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라고 성토했다.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도 “수사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공조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간 이 사건을 가벼이 여기고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가해자의 범죄는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으로 가벼이 여기고, 피해자는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불송치 이유는 잘못된 성폭력 통념과 너무도 닮았다”고 꼬집었다.

공대위는 “서초경찰서는 미흡한 수사와 2차 가해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성차별적 관점이 개입된 경위를 명확히 조사,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라”고 촉구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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