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안 온다" 병원들 자구책 고심…'일반의' 채용 잇따라

김잔디 2024. 8. 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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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추가 모집에도 회의적 전망 주류…당직업무 등 맡을 인력 '태부족'
퇴직교수 투입도 검토되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아
하반기 전공의 모집 9일부터 재개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오는 9일 재개되지만, 주요 병원들은 전공의 복귀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현재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당직 등을 맡을 일반의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지만, 주요 상급종합병원까지 가세할지는 미지수다. 퇴직한 교수를 재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기대할만한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애초 지난달 31일자로 마감했던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오는 9일부터 다시 시작돼 16일까지 지원을 받는다. 레지던트 1년차는 오는 14일까지, 2∼4년차와 인턴은 오는 16일까지다.

모집 재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무관심하다. 수련병원 역시 지원자가 없을 게 뻔하다며 무의미한 조치라고 일축했다.

서울시내 수련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하라고 하니까 공고를 다시 내기야 하겠지만, 해 봤자 (전공의들은) 안 올 것"이라며 "해도 지원자가 없을 것 같다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장에서는 전공의들이 지난 2월 병원을 떠난 후 7개월째 업무 공백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태를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전공의 없는 병원'이 도래했다. 전임의와 교수 등으로 현장을 유지한다고 해도 물리적인 인력 공백을 채울 수는 없는 만큼, 추가인력 투입이 절실한데 비용 문제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일반의를 채용하고 있다.

'일반의'는 의대를 졸업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이들이다. 전문의는 아니지만 병의원에서 진료와 처방, 처치 등 의사 업무를 수행하거나 의료기관을 개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일반의가 수련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로 수련 과정을 마치면 전문의가 될 수 있다.

중앙보훈병원은 현재 6개월짜리 계약직 일반의 19명을 채용 중이고, 경상남도 창원에 있는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도 병동 당직 근무와 중환자실을 전담할 일반의를 채용 중이다. 삼성창원병원은 지원 자격에서 전공의 수련 경험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인턴 과정을 수료한 일반의를 뽑고 있고, 국립암센터도 외과계 당직 전담 의사를 채용 중이다.

전공의 공백 장기화…정부 대책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다만 사직 전공의 자리를 일반의로 채우는 분위기가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할지에 대해서는 현장에서도 속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 시내 주요 상급병원은 현재 일반의를 채용하진 않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전공의들과 일반의들 사이 몸값에 차이가 벌어지다 보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일반의를 대거 채용하기도 어렵다고 의료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 부재로 인한 인력 공백을 퇴직한 교수의 재고용 등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현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효용은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전공의 공백의 가장 큰 영향은 병원에서 당직할 의사가 없다는 것인데, 퇴직한 노년의 교수가 당직 업무를 대체하는 건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에서다.

더욱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각 병원의 수술과 진료가 줄어들고 경제적 손실이 상당한 탓에 퇴직한 교수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정갈등 이전부터 일부 병원에서는 퇴직한 교수 중 이름난 명의를 진료나 수술 등에 투입해왔다"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수술 후 입원 환자를 관리하거나, 밤샘 당직 근무를 설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므로 퇴직 교수들을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인력난을 타개할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고, 결국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늘리며 근근이 버티는 중이다.

또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질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듯 지금은 병원이 어떤 것도 예측하거나, 미리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은 그대로인데 해결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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