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후에도 ‘전진’ 약속한 전진당…더 강해져서 돌아올까

김서영 기자 2024. 8. 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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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MFP) 전 대표가 7일(현지시간) 방콕에서 헌법재판소의 해산 판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늘 우리는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다. 내일은 선을 긋고 나아가자. 이것이 우리를 삼키게끔 하지 말자.”

‘해산 및 당 간부 정치 활동 금지’ 위기를 맞은 태국 전진당(MFP)이 굴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태국에선 해산당했던 진보 정당이 더 강해져 돌아온 전례가 여럿 있어, 전진당의 후속 정당이 ‘권토중래’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태국 매체 네이션에 따르면,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전 대표는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반격에 나서 지금부터 모든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왕실모독죄(형법 제112조) 위반 혐의로 전진당을 해산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피타 전 대표를 포함한 전진당 간부 11명은 10년 동안 선거 출마가 금지됐다. 전진당은 변화를 갈망하는 청년·진보층의 지지에 힘입어 지난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군주제 개혁을 내건 공약이 발목을 잡아 결국 해산 길을 걷게 됐다.

그러나 전진당은 당이 없어져도 정신은 이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피타 전 대표는 “여러분은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곧 보궐선거와 지방선거가 열리는데 나는 시민으로서 합법적으로 선거 운동을 도울 수 있다. 2027년 총선까지 이 에너지를 버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리더로 거론되는 시리까냐 딴사꾼 부대표는 “국민이 지지해주는 한 꿈과 사명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오늘은 해산된 날이기도 하지만 당원 10만명에 도달한 날이기도 하다. 모든 구성원들은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오는 9일 새 본거지를 찾겠다고 밝혔다.

원내에서도 전진당의 존재감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전진당의 하원 의석은 148석으로 원내 제1당이었다. 이번 판결로 정치 활동을 금지당한 11명 중 5명이 의석을 잃게 됐다고 하더라도 134석을 가진 여당 프아타이당보다 여전히 인원이 많다. 또한 최근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조사에서 피타 전 대표는 줄곧 1위로 꼽혔다.

해산으로 당적을 잃게 된 기존 전진당 의원은 60일 내로 다른 정당으로 소속을 옮기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들은 전진당의 후신이 될 당 혹은 아예 다른 당으로 당적을 바꿔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헌재 판결을 앞두고 여러 정당에서 전진당 의원들을 영입하기 위해 일종의 ‘몸값’으로 최대 3000만밧(약 11억6490만원)을 제안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태국 전진당(MFP) 지지자들이 7일(현지시간) 방콕에서 헌법재판소의 전진당 해산 결정 소식을 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전진당은 권토중래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2020년 퓨처포워드당은 헌재에서 해산당하며 공중분해됐다. 이후 퓨처포워드당 주축 인물들은 전진당에 합류해 퓨처포워드당의 후속 정당으로 탈바꿈시켰으며, 지난해 총선에서 151석으로 제1당으로 뛰어올랐다. 퓨처포워드당 의석수(76석)에 비하면 두배 가까이 세력을 키운 것이다. 피타 전 대표와 시리까냐 부대표는 퓨처포워드당 해산 당시 핵심 인물이었다. 2020년 정치 활동 10년 금지를 처분받은 퓨처포워드당 인사는 15명이었으나 이번에 같은 조치에 처해진 전진당 인사는 11명인 점도 과거보단 나아진 조건이다.

스트레이츠타임스(ST)는 태국에서 1997년 이래 100개 이상의 정당이 해산됐으나, 그때마다 대중의 지지에 힘입어 다른 이름의 정당으로 다음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짚었다. ST는 “최근 역사에 비춰보면 전진당은 해산 이후 더욱 강력하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로선 전진당 해산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대규모 시위나 폭력 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빠누왓 빤둡라셋 치앙마이대 교수는 “청년들이 당장 시위를 벌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전진당 지지를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에 밝혔다.

한편 전진당 해산 판결을 두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각각 성명을 내 이번 결정이 태국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사무총장 부대변인도 “태국 다원주의와 민주주의, 결사와 표현의 기본적 자유의 후퇴”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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