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관객 키우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줄거리 익히는 워크숍 3년째 운영
배우와 대화하고 노래도 따라불러
“프로그램 목적은 아이들의 기쁨”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어린이 오페라 ‘슬기로운 아가씨’(Die Kluge) 공연이 한창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잘츠부르크 극장 안. 주인공인 아가씨 역할의 소프라노 마리 마이도프스키가 등장하자 객석의 한 어린이가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극에 개입한 것이지만, 마이도프스키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옥 열쇠를 찾아야 해요. 도와줄래요?”라고 제안했고, 더 많은 아이들이 들뜬 목소리로 “네!”를 외쳤다. 내로라 하는 클래식 스타들로 붐비는 시내의 대축제극장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 떨어진 한적한 이곳, 비록 정원 200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지만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꺄르르 웃음 소리가 가득했다.
이 작품은 그림형제의 동화를 원작으로 독일 작곡가 카를 오르프가 대본을 써 1943년 초연됐다. 억울하게 왕실 감옥에 갇힌 아빠를 구하려는 여자 주인공의 모험 이야기다. 주인공은 왕이 내는 수수께끼를 풀어 왕비의 자리에도 올랐다가, 조력자인 다른 여성 캐릭터 둘과 힘을 합쳐 악당과 왕을 따돌리고 아빠를 구출해낸다. 결국엔 왕도 잘못을 뉘우치고 화해해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공연 시간은 비교적 짧은 90분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단순한 권선징악 이야기 구조지만, 얕잡아 볼 만듦새는 아니다. 출연자 대부분이 페스티벌의 ‘젊은 가수들 프로젝트’(YSP)에서 선발된 차세대 오페라 가수들로, 안정적 실력을 뽐냈다. 15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수준급이었다. 보통 오페라 극장에선 무대 아래 숨겨진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하지만, 이들은 무대 공간의 2층 즉 객석과 시선이 맞닿는 곳에 자리했다. 지휘자 안나 핸들러는 유려한 연주는 물론, 극중 왕이 호통 칠 때면 깜짝 놀라는 연기를 하는 등 남다른 존재감으로 극에 녹아들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는 오랜기간 매년 상연됐지만, 이같은 별도 워크숍은 올해로 3년째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기획, 지도를 모두 맡고 있는 모차르테움대의 카트린 메라너는 매일경제와 만나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아이들의 기쁨”이라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이 분야의 관심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과 성악을 전공했고, 캐나다에서 예술행정·문화매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 운영을 경험했다고 한다.
워크숍과 공연 모두 독일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장 외국인이 참여하기엔 언어 장벽이 있다. 다만 이날 객석에는 한국, 스페인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어린이 관객도 있었다.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부모님을 따라 독일 쾰른에 거주하며 독일어를 배웠다는 정세영 양(10)은 “전에 본 적 있는 뮤지컬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오케스트라가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 잘 보여서 색달랐다”며 “(사전 워크숍에서 만난) 배우를 무대에서 다시 본 것도 반갑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내 스폰이 누군지 알아”…‘팀코리아 옷’ 입은 협회 직원들, 파리 식당서 난동 - 매일경제
- “5.5억 못갚아 52억에”…강남 재건축 ‘최대어’ 구반포, 경매 나왔다 - 매일경제
- 한지민·잔나비 최정훈 열애...10살 연상연하 커플 탄생 - 매일경제
- “휴가지서 벌벌 떨면서 샀어요” 코로나 재확산 공포에 5일새 8000개 팔린 ‘이것’ - 매일경제
- 디카프리오, 26살 여친과 수영하다 ‘이것’ 습격, 응급처치…대체 뭐길래 - 매일경제
- “콜록, 요즘 4명 중 1명은 코로나”…감기·냉방병·독감과 구별법은?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4년 8월 8일 木(음력 7월 5일) - 매일경제
- “여름 보너스만 886만원”...이 나라도 대기업 직원들 살판 났네 - 매일경제
- 김우진은 협회에 고마움, 안세영은 협회 폭로…양궁과 배드민턴의 ‘엇갈린 운명’ [기자24시] -
- 더위 때문인가…한화에 ‘6-0→6-10’ 대역전패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