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대표대행 "직원들, 김어준으로 고통...사재 털어서라도 우리 도와야"
이성구 TBS 대표대행, 8일 기자간담회 열고 TBS 지원 호소
시의회에 20억 요청…"김어준 불행한 유산, 책임 없는 직원 피해"
'전직원 해고' 언급했지만 명확한 답 없어, 기자들 질문 속출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6월1일부터 서울시의 지원이 끊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이하 TBS)가 9월부터 인건비조차 없는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 이성구 TBS 대표대행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에게 20억 원 지원을 호소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성구 대표대행은 “TBS는 지난 6월1일 관련 조례 폐지에 따라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중단되었고, 출연기관 해제 행정절차 진행으로 존폐 기로에 있다”며 “서울시의회에서 최소한의 지원을 부탁드리고 서울시가 이러한 고민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전날 TBS 측은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에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경영위기 관련 긴급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서 TBS는 “자구 노력과 수익 창출에 대응한 최소한의 지원 20억 원 내외를 연말 재허가 시까지 요청하므로 성의있는 검토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공문에는 지난 5일 전직원 간담회에서 이성구 대표대행의 9월 내 전직원 해고 및 폐업에 대한 안내 고지가 있었다는 점, 서울시 지원이 끊긴 TBS가 6월1일 이후부터 3개월간 급여 이연 지급 및 무급휴가 등으로 다수의 직원들이 임금 삭감을 감수하고 있음에도 8월 이후 잔여 예산 부재가 예상된다는 점도 포함됐다.
[관련 기사: 인건비 없는 TBS, 사측은 집단 해고 언급]
이날 이성구 대표대행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취임한 5월7일 이후 △공공기관 및 업계 단체와의 MOU를 통한 수익 다각화 활로 모색 △방송 편성 개편을 통해 소상공인과 소비자 관련 경제·금융 정보를 확대해 다양한 협찬을 통해 수익 창출 노력 △시민기자실 신설 △인력 운영 최소화, 예산 절감 등 긴축 경영(2023년부터 직원 조기 희망퇴직 및 자발적 퇴직으로 360명에서 250명으로 감축) 등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성구 대표대행은 “6월부터는 무급 휴가제 및 급여 이연을 통한 약 25%의 인건비를 절감했고 업무추진비 0원으로 고통분담을 하고 있으며 8월 중 추가 비용 절감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저는 급여도 받지 않는다. 또한 TBS에 출연하시는 출연자분들께도 교통비 정도만 드리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함께 재단의 지배구조를 전환하여 민간 투자자를 구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TBS의 운영을 하실 기업, 단체, 개인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성구 대표대행, TBS 위기에 “김어준이 만들어낸 불행한 유산”
이 대표대행은 이런 호소와 함께 TBS에서 '뉴스공장'을 진행했던 김어준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표대행은 TBS가 현재와 같은 위기에 처한 것이 “김어준이 만들어낸 불행한 유산”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TBS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등 기여한 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부채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다”며 “현재 방송사에 남아있는 분들이 억울하고 불행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대행은 “서울시의회에서 'TBS 너희 과거에 잘못했잖아'라고 책임을 물으시는데 책임을 물을 자에게 물어야 하는데, 책임이 없는 대다수의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면이 있다”면서 “이 방송을 폐국하는 것은, 단지 폐국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씻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민의 자산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김어준씨에 대한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물을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대행은 “김어준씨는 과거 TBS에서 진행했던 '뉴스공장'이라는 유사한 브랜드를 외부에서 진행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에 대한 상표권 문제가 가장 크고, 편파성에 대해서도 우리가 책임을 추궁할 것이 있다면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TBS는 지난해 9월 서울서부지법에 김어준 씨와 이강택 TBS 전 대표를 상대로 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엔 상표권 침해에 따른 1억 원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 기사: TBS, 이강택 전 대표와 김어준 상대로 억대 소송 건다]
지난해 TBS가 김어준씨에게 제기한 소송 외에 다른 수단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대행은 “좀 더 폭넓게 할 생각”이라며 “다만 법에 대한 부분은 확실한 증거없이 하면 그저 형사 소송을 가지고 사람을 괴롭히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대행은 “과거 정치적인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분들이 회사를 나갔고 심지어 더 많은 수익을 벌고 있는데 남은 직원들은 그 멍에로 인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 부조리하다”며 “저는 그들이 사재를 털어서라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인건비 없어 '전직원 해고' 언급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없어
TBS가 9월 인건비가 없는 상황에 이 대표대행이 '전직원 해고'를 전직원 간담회에서 언급한 결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직원 해고와 관련된 질의가 쏟아졌다. 이 대표대행은 “배수진을 치듯이 얼마나 사태가 긴급하고 위급한 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시의회에 (20억 원을 요청하는)공문을 보냈다”며 “그런 사태(해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익 능력을 극대화하고 죄송하지만 또 한번 고통 감내를 부탁하는 모든 노력 기울일 것”이라는 답만 반복했다.
명확한 해고의 기준이나 시기를 답하지 않자 기자들은 “인건비가 아예 없는 것이냐”, “정확히 언제 인건비가 얼마나 떨어지느냐”, “해고는 시행을 한다는 것이냐 아니냐”, “의회에서 8월 말까지 지원 여부를 알려줘야하는 것이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대표대행은 “의회나 민간 투자자 발굴 다양한 노력을 해서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는 답을 반복했다.
이날 자리에선 “TBS에 정치적 편향성 문제도 있었지만 내비게이션이 발달한 요즘, 교통 목적 라디오라는 채널이 현시대에 정말 필요한가, 또한 그 방송을 위해 시에서 예산을 들여야하느냐는 근본적 의문이 있다”는 질문도 나왔다. TBS는 지난 2020년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로 독립하며 기존 교통방송이 아닌 시민참여형 지역공영방송으로 전환됐다.
이에 이 대표대행은 “그러한 지적을 예전부터 TBS 내부에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 시사를 다루는 방송으로 변신을 한 것이고 이것이 독이 됐다”며 “그 대안으로 정말 '시민을 위한 방송', 음악과 힐링을 넘어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 생활, 경제 방송으로 저희의 활로를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TBS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는 이날 이성구 대표대행의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한 모임공간 앞에서 '오세훈의 자선책이 TBS 전원해고?'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TBS 양대노조는 “이성구 대표대행은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운영되어왔던 TBS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민간자본 협찬 등 비현실적인 자립방안들과 공영방송에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 제작 요구 등 본인의 주장만 고집하는 불통으로 현실성 있는 생존 방안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구성원들과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그는 서울시와 시의회의 관계개선과 정무적 해결보다는 소비자중심 방송, 일본어 방송 등 콘텐츠에 집착하며 지엽적 관심사에 매몰되어 편성권 침해, 공영성 훼손에 논란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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