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충상, 김용원식 소위 정족수 제동에도 ‘마이웨이’

고경태 기자 2024. 8. 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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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법무무 장관 지휘 받아 항소 포기
이충상 “형편없는 판결…전원위 보이콧”
김용직 “보이콧은 최소 책무 저버리는 일”
지난 7월22일 오후 열린 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모습. 김용원·이충상·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의 보이콧으로 자리가 텅텅 비어있다. 이날 전원위는 개회만 한 뒤 안건 상정을 하지 못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3명의 위원 중 1명만 반대해도 해당 진정이 자동기각되도록 하자는 ‘소위원회 의결 정족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위법하다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원심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새로운 해석을 고집했던 이충상 상임위원은 “형편없는 행정법원 판결에 이은 송두환 위원장의 독단적인 항소 포기”라며 법원 판결에 상관없이 본인들 뜻대로 소위 의결을 이어가는 한편, 전원위원회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박진 사무총장은 8일 오전 한겨레와 만나 “인권위법 제정 취지, 23년간의 위원회 운영 관행, 1심 법원의 판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무부 장관의 항소 포기 지휘를 받아 7일 서울행정법원에 항소포기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지난달 26일 재단법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진정사건 기각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소송에서 패소한 인권위가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의연은 지난해 8월1일 열린 소위에서 수요집회 보호 진정에 대해 김수정 위원이 인용 의견을 내 위원 3인의 의견일치가 되지 않았음에도 소위원장인 김용원 상임위원이 ‘기각’을 선언하고 9월12일 인권위가 이 결정을 확정하자 10월25일 인권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인권위법 제13조2항은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가결·부결·권고·기각·각하·타 구제절차 이송·수사의뢰 등 모든 결정을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의결이 안 될 경우 위원 전원(11명)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심의해왔다. 하지만 김용원 위원 등 일부 인권위원들은 인권위법을 새롭게 해석해 3명의 뜻이 모이지 않으면 기각이라는 입장을 보여, 상당수 진정 사건이 ‘반대 1인’만 있으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지난 7월22일 오후 열린 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박진 사무총장이 지친 모습으로 앉아있다. 이날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등 6명의 위원이 참석을 보이콧해 전원위는 열리지 않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행정법원 판결과 인권위의 항소 포기에 따라, 새로운 해석을 담은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이 6월24일 전원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지지 않은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간 전원위 출석을 보이콧해 온 위원 6명의 전원위 참석 여부도 관심을 끈다. 이충상 위원은 8일 한겨레에 “기존 6명에 더해 김용직 위원까지 총 7명이 송두환 위원장에게 판결 항소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며 “전원위 복귀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용직 위원은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행정법원 판결의) 법리 전개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항소 요청을 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항소 여부는 위원회의 대표자로서 그동안의 관례와 상식에 따라 위원장에게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또한 전원위 보이콧과 관련해서는 “있을 수도 없는 보이콧이니 더 계속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이콧한다면, 인권위원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도 저버리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송두환 위원장이 항소 포기하겠다고 법무부에 서면을 제출하자 사정을 잘 모르는 법무부가 귀 기관의 의사대로 하라고 하였을 것”이라며 “행정법원 판결문을 읽어봤는데 아주 형편없는 판결문이다. 저도 이미 인용의견 1명, 기각의견 2명인 사건에서 기각선언을 하였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사정을 모르고’ 행정법원 판결문은 ‘형편없다’고 싸잡아 비판한 셈이다.

항소 요청에 참여했던 강정혜 위원은 “해외 체류 일정으로 다음 주 12일 예정된 전원위는 참석 불가고 이후 전원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뭐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했다.

한편 8일 열린 제20차 상임위원회는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의 불참으로 개회만 한 뒤 안건을 상정하지 못하고 끝났다. 6월13일 열린 제12차 상임위원회부터 10회의 상임위(임시 상임위 포함) 동안 안건이 상정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소모적인 논쟁 속에 아무 안건도 상정하지 못하거나 김용원 위원이 회의 도중 중도퇴장하기도 했다. 이날 송두환 위원장은 “가출한 미성년 청소년을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충상 위원은 이날 한겨레에 “송두환 위원장이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전원위와 상임위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대법원은 결코 (1심처럼) 판결하지 않을 것이며, 만에 하나라도 대법원이 진정의 인용만이 아니라 기각에도 인권위원 3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판결하면 저는 공사의 모든 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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