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상향인데 던파 밸패 유저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넥슨이 '던전앤파이터' 밸런스 패치를 연이어 진행 중이다. 의아하게도 상향 평준화인데 유저 만족감은 높아지지 않는 분위기다.
넥슨은 지난 7일 던전앤파이터퍼스트 서버로 밸런스 패치 내용을 공개했다. 넥슨은 6, 7월에도 꾸준하게 캐릭터 밸런스 패치를 이어왔다.
패치 방향성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였다. 그러나 밸런스 패치가 유저들에게 만족감을 심어줬느냐고 묻는다면 대다수가 'No'라고 말할 것이다. 패치 내용의 만족도를 평가하기 전에 성의가 없는 탓이다.
게임 캐릭터는 유저에게 제공하는 상품이다. 직업은 그 상품의 본 내용과 퀄리티다. 어느 분야에서든 상품의 내용을 변경할 땐 상세한 설명을 첨부해 소비자를 납득시킨다. 그 설명에 납득할지는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한다.
전 세계 RPG를 모두 뒤져봐도 캐릭터 밸런스에서 대다수 유저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게임은 없다. 신규 캐릭터, 신규 콘텐츠, 신규 스킬, 레벨 확장, 신규 전직 등 각종 업데이트 중 하나만 출시되어도 밸런스 판도가 변동되니까 그 만족감도 수시로 변한다.
새로운 콘텐츠가 출시됐는데 지난 콘텐츠에서 귀족 취급을 받았던 본인의 캐릭터가 매번 파티 모집에서 거절당하는 경험도 오랜 RPG 팬이라면 경험해 봤기 마련이다. 그 정도로 민감한 주제이기에 인기 RPG 개발진은 밸런스 패치마다 세밀한 설명을 붙인다.
모든 직업을 하나의 캐릭터로 즐길 수 있어 밸런스 패치에 가장 민감도가 낮은 MMORPG인 '파이널판타지14'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7월 신규 확장팩 '황금의 유산'이 글로벌 출시되고 직업 밸런스가 전반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요시다 나오키 P/D는 직접 유저에게 사과하고 현재 밸런스 현황과 다음 업데이트에서의 밸런스 패치 방향성을 상세하게 공유했다. 밸런스 패치가 진행된 V7.01, V7.05 패치노트에서도 개발자 상세 코멘트가 나왔다. 밸런스 패치를 만족하지 않은 유저도 있겠지만 개발진들의 성의 있는 설명이 게임을 믿고 즐길 수 있는 신뢰를 심어준다.
반면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의 캐릭터 밸런스 패치를 진행할 때마다 일부 캐릭터를 대상으로 단순히 N% 수치만 공지한다. 직업 밸런스 현황이 어떤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진은 어떤 방향성을 고려하고 있는지는 공유하지 않았다.
8월 7일 밸런스 패치도 마찬가지다. 개발자 코멘트로는 "지난 7월 캐릭터 밸런스 업데이트에 이어 19개 직업에 대한 밸런스 조정을 진행했다. 업데이트 이후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인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유저들이 보다 개선된 플레이 체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가 전부다.
내용을 살펴보면 웨펀마스터, 소울브링어, 소드마스터, 넨마스터(남), 스트라이커(남), 스트라이커(여), 스트리트파이터(여), 메카닉(남), 블러드 메이지, 소환사, 배틀메이지, 크루세이더(남), 퇴마사, 이단심판관, 미스트리스, 다크 랜서, 요원, 스페셜리스트, 트래블러가 각각 5~7% 수준으로 상향됐다.
기자는 '소드마스터'를 주력으로 육성한다. 소드마스터와 웨펀마스터의 밸런스 패치 내역을 확인한 후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해당 직업 특징은 다양한 무기 활용이다. 누군가는 광검을, 누군가는 도를, 누군가는 대검을 좋아해서 직업을 선택했을 것이다.
현재 밸런스 현황에서 웨펀마스터는 광검, 소드마스터는 도 외에 선택지가 없다. 그 선택이 당연한 듯 스킬 대미지 5~6% 상향 외 아무 내용도 없다.
물론 성능과 편의성을 타협한다면 다른 무기를 사용할 순 있다. 그러나 그 타협도 던전앤파이터 공격대 찾기 모집 제목을 보자마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공격대 찾기 메뉴를 열면 N000, N00 등 의문의 숫자가 나온다. 게임 신규 유저 입장에선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는 숫자다. 게임 내에서 전반적인 캐릭터의 전투력을 명시하는 모험가 명성은 5자리 숫자다.
제목에 명시된 4자리 숫자는 외부 사이트에서 집계된 캐릭터 대미지 수치다. 이는 모험가 명성으로 캐릭터의 전투력을 명확하게 판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공대장이 외부 사이트에서 수치를 검색하며 공격대원을 모집하니까 참여하려면 그 수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의 선택만 고집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다양한 세팅 범위가 있어도 제한적인 선택만 강요되는 궁극적 이유다.
7일 퍼스트 서버 밸런스 패치에서는 직업의 개성을 고려한 밸런스 패치를 보여주는가, 유저들에게 상세한 정보로 공감대를 형성했는가, 현재 신규 유저들이 난관을 겪고 있는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는가 등과 관련한 개발진 노력을 찾기 힘들다.
일부 유저는 대미지를 상향했으니까 만족하라고 반박한다. 또한 직업 변경권 제공하니까 밸런스 패치가 마음에 안 들면 바꾸라고 제안한다.
게임을 즐기는 목적은 단순히 반복 파밍만 몇 분 즐겼다가, 게임 내 재화를 수집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 콘텐츠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숙제 시간 동안 만족스러운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결국 게임에서 이탈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그 이탈률은 게임을 직접 즐기는 입장에서 체감된다. 여름 업데이트와 프로모션이 한창 진행되고 역대급 PC방 이벤트 보상이 제공되는 현재도 공격대 모집 현황과 PC방 점유율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은 게임사가 제공하지만 만족감은 유저가 느낀다. 답은 게임과 유저가 함께 찾아야 한다. 밸런스 패치에서 늘 수치만 조정한다면 또 다른 캐릭터가 도태되고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는다.
대대적인 변화를 당장 모색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개발진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현재 불거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려주면서 신뢰를 심어야 한다. 밸런스 패치 이외 문제로 지적되는 요소가 수두룩하다.
던전앤파이터에는 'D-TALKS'라는 훌륭한 유저 소통 창구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D-TALKS가 제 역할을 할 시기다. D-TALKS가 아니어도 괜찮다. 던전앤파이터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유저들과 개발진의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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