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무성한 한양증권 매각, '깜깜이 인수전'에 특혜 논란
파킹딜 의혹도 확산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양증권이 KCGI를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우협 발표 이전부터 불거진 KCGI 내정설은 고사하고 매각가에 대한 의문, 상장사임에도 원매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대서특필되는 등 기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찾아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는 이유에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의 최대 주주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은 지난 2일 KCGI를 우협으로 선정하고 5주가량 실사를 받는다. 실사 과정에서 특별한 오류 등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KCGI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한양학원(11.3%)과 백남관광(10.85%), 에이치비디씨(7.45%)가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29.6%)이며 경영권도 붙었다.
그러나 IB 업계에서는 한양증권 매각 양상을 두고 다소 의아하다는 눈길을 주고 있다. 한양학원이 한양증권을 시장 매물로 내놓은 후 매각가가 다소 비싸다는 우려에도 3주 만에 우협을 결정한 것에 더해, 한양증권 인수에 관심이 있거나 실제로 입찰제안서(LOI)를 제출한 원매자들이 우협 결정 후에도 '이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서다.
한양증권 인수전 초기에는 KCGI를 비롯해 우리금융그룹, 수협중앙회, OK금융그룹, LX그룹, LF그룹 등이 관심을 보인다는 원매자로 거론됐다. 이중 실제로 LOI를 제출한 곳은 KCGI와 LF그룹이었으며 추가로 케이엘엔파트너스, 화성개발, 케이프투자증권 등이 제안서를 작성해 문을 두드렸다.
의혹들은 이 과정에서 쏟아졌다. 상장사 매각은 M&A 시장 특성상 특정 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주가 변동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대체로 은밀하게 진행되지만,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면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듯한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한양학원이 8월 2일 우협을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익명의 소식통을 통한 언론보도로 이어지면서 혼선을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7일 장 초반부터 한양증권 인수전 승자에 'KCGI 유력'이라고 기재된 기사가 수십 건이 넘었고, 한양학원은 2일 장 마감 후 KCGI가 우협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양증권 인수 입찰에 참여한 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중한 내부 검토를 거쳐 입찰에 참여했는데 우협 선정 이전부터 KCGI가 내정됐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와 마치 간이라도 보는 듯한 분위기가 풍겨 당혹스러웠다"며 "이 외에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상장사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진 계약일 텐데 예비입찰 이후에 바로 우협이 선정된 것도 의문이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한양증권 인수전은 애초에 KCGI로 결정된 상황에서 진행됐다는 '깜깜이'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여기에 매각 대상이 한양학원과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의 지분 9%를 남겨두고 파는 형태로 이어지자 '파킹딜(경영권을 잠시 맡겼다 다시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확대된 모양새다.
매각 가격도 의문을 남긴다. 우협으로 선정된 KCGI가 써낸 인수가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임에도 한양증권의 현 주가보다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해석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의 한양증권 매각 가격은 주당 6만5000원으로 총 2500억원 규모다. 한양증권 주가는 2일 우협 발표 이후 이틀 연속 크게 올라 52주 신고가(1만8350원)를 경신했으나, 이 역시 3배가량 비싼 금액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 실사 이후에도 매매가격과 주가에 대한 괴리감이 크다는 인식이 시장에 깔린다면 인수를 위한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 KCGI 입장에서는 최종 매매 대금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파킹딜 등 의혹과 논란이 지속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 경우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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