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무의미한 ‘區 이름표’ 뗀다⋯ ‘고유 지명’ 느낌 아니까! [창간 36주년, 빅체인지]

이민우 기자 2024. 8. 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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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군·8구→2군·9구 행정구역 개편
중구+동구 ‘제물포구’… ‘영종구’는 따로 독립
서구 ‘검단구’ 분구… 기존의 방위식 명칭 퇴출
남구, 역사성 담긴 ‘미추홀구’ 변경 성공적 안착

인천은 현재 중·동·미추홀·연수·남동·부평·계양·서 등 8개의 구(區)와 강화·옹진 등 2개의 군(郡)까지 모두 10곳의 기초자치단체로 이뤄져 있다. 중(中)·동(東)·남동(南洞)·서(西)구를 비롯해 지난 2018년 미추홀구로 바뀐 옛 남(南)구까지 더하면 이중 절반가까이는 방위(方位)식 행정지명을 썼거나, 써왔다. 이 같은 방위식 지명이 단순히 동서남북(東西南北)을 기준으로 쓴 일본 식민지 행정의 잔재인데도 말이다. 인천은 지난 1981년 경기도에서 독립한 이후 43년 간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위식 행정지명은 여전히 옥에 티로 꼽힌다. 이제 인천은 오는 2026년 7월 현재 2군·8구에서 31년만에 2군·9구의 체계로 개편하면서, 지명에 지역의 역사나 정체성 등을 담는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작다고 볼 수 있지만, 인천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혁신이며 대변화다. 

오는 2026년 7월 검단구로 새롭게 출발하는 검단신도시의 전경. 인천도시공사 제공

■ 행정체제 개편으로 사라지는 중구와 동구

인천은 오는 2026년 7월부터 2군·9구로 바뀐다. 지금의 중구와 동구는 ‘제물포구’로 통합이 이뤄지고, ‘영종구’는 따로 독립한다. 서구는 ‘검단구’를 분구한다. 이 같은 행정체제 개편은 인천시가 지난 2022년에 추진,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았다. 이후 지난 1월 ‘인천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 설치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종 확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 같은 중·동구라는 명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지난 1968년 1월1일 시(市)의 구(區)제도 도입으로 중·남·동·북구 등 4개구가 생긴지 무려 58년만의 변화다. 과거 중구는 인천의 중심이라는 의미로 중구(中區)로 이름이 지어졌지만, 현재 인천의 땅은 북쪽으로는 검단, 남쪽으로는 매립도시 송도, 동쪽으로는 소래까지 커져 인천의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동구도 지형적으로 이젠 동쪽이 아닌 서쪽에 있다.

2년 뒤 행정체제 개편은 세부적으로 현재 인구가 14만인 중구와 6만인 동구를 각각 10만의 제물포구와 영종구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구는 영종지역과 내륙지역으로 생활권이 동떨어져 있다. 중구는 영종도에 제2청사를 두고 있는 등 행정이 이원화해 비효율적이다. 항만 및 배후시설 중심의 도시인 동구는 인천항 등 항구가 많은 중구의 내륙지역과 경계가 모호하며 생활권은 중구 내륙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동구와 중구의 내륙지역을 제물포구로 합치고 영종지역은 영종구로 나누어, 생활권에 따른 조정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인천시 차원에서의 도시개발 계획도 구체화할 수 있다. 인천시는 제물포구는 인천항 내항을 중심으로 한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중심지로 바꾸고, 영종구는 항공·해양·레저 산업 도시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 서구도 명칭 바꿔야… 방위식에 가까운 남동구는?

인천시는 현재 서구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6년 서구의 검단구 분구에 맞춰 지역 특성에 맞는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져 중·동구의 명칭이 제물포구로 바뀌면, 공식적으로는 방위식 명칭은 서구만 남는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만약 서구의 명칭을 바꾼다면 방위식 행정지명이 없는 최초의 도시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다만 남동구는 애매하다. 남동구의 남은 남쪽을 뜻하지만, 동이 동쪽을 뜻하는 한자(東)가 아닌 고을을 뜻하는 한자(洞)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방위식 명칭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지역 안팎에서는 남동구라는 지명도 방위식이라고 확대 해석해 2026년 행정체제 개편과 함께 지역 특징에 맞는 의미있는 명칭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행정명칭 변경으로 도시 브랜드 향상

행정지명의 변경은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의미는 없지만, 인천이라는 도시로서는 의미 있는 변화다. 해당 지역의 지리적, 사회문화적 배경 등을 나타내고, 주민들은 소속감이나 일체감, 그리고 자긍심을 심어준다. 외부인에게는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작용을 한다.

앞서 지난 2018년 남구는 미추홀구로 명칭을 성공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무려 50년만에 변화다. 미추홀구란 이름으로 바뀌면서 이곳은 고구려를 떠난 비류가 세운 나라인 ‘미추홀국’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고장임을 자랑하고 있다. 또 미추홀은 삼국사기 등의 기록에 인천 최초의 지명으로 ‘물의 고을’의 의미다. 미추홀의 발상지는 여지도서 등을 통해 문학산 일대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장소 브랜딩, 도시 브랜드, 브랜드 네이밍 등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접어들면서 도시발전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를 고려하면 지자체의 행정구역 명칭 또한 중요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는 실체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도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 이에 따른 관광객이나 기업 및 투자유치를 통해 도시의 경제적 발전과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강원도 영월군의 경우 지난 2009년 탄광촌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하동면과 서면을 각각 김삿갓면과 한반도면으로 명칭을 바꿨다. 2010년 185만명인 관광객은 2013년 373만명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경상북도 포항시도 2010년 대보면이란 이름을 호미곶면으로 바꾼 뒤, 전국적 일출 명소로 알려져 해마다 25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현 시대에 자치단체의 명칭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가치자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의 특성을 잘 반영해 차별화할 새로운 명칭은 인천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과 기업, 투자유치를 통한 도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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