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M&A 물 건너 가나…내외부 악재 ‘첩첩산중’

2024. 8.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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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이던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가 내·외부적인 악재들로 인해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주가 급락 등 자산시장에 불어 닥친 리스크에 노조의 협상 저지, 영업이익 급감, 한국타이어 이사진의 반대 등 부정적 요인들이 겹치면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 작업에 ‘빨간불’이 들어온 결정적인 요인으로 한온시스템 주가 급락세가 꼽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주가는 전날 종가기준 주당 4005원을 기록했다. 현 주가는 지난 5월 고점 대비 40% 가까이 빠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 폭락으로 한온시스템은 시가 대비 135%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얻게 된 것”이라며 “경영권 프리미엄만 매수하는 기존 악습을 개선, 공개매수 등으로 대주주 지분 인수가와 같은 프리미엄을 소액 주주에게 제공하는 최근 M&A 경향과 정반대로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이사회에서 사모펀드(PE)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지분 25%와 신주 12.2%를 인수하기로 결의하고 MOU도 체결했다. 2015년 한앤컴퍼니는 재무적투자자(FI)로, 한국타이어는 SI(전략적투자자)로 한온시스템에 투자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한앤컴퍼니는 SI로, 한국타이어는 FI로 입장이 바뀐다.

최근 증시 불안으로 한온시스템의 가치 변동성이 커 적정 가격이 MOU 당시보다 훨씬 낮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온시스템은 재무구조 악화 탓에 올 초 신용(AA-)에 ‘부정적’ 평가가 붙으며 등급 강등도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엔 가장 영향력 있는 주가 지수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구성 종목에서 편출(제외)됐다.

증권 업계는 한온시스템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750억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35억원)보다 48.1% 감소한 수치다. 빚이 많은 점도 부담이다. 한온시스템의 연결재무재표 기준 부채 비율은 지난해 268.5%였다. 2021년 말(268.5%), 2022년 말(283.9%)에 이어 위험 수준으로 지적받는 200%를 넘겼다.

이를 근거로 노무라·대신·DB금융투자·미래에셋·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한온시스템 목표주가를 MOU 당시(주당 6500원)에 한참 못 미친 3000~55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안젤라홍 노무라 연구원은 “전기차 부문 수익성 약화, 금융 비용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에 영향이 있을 것이고, 내연 기관 차량 가격 인하 압박 등도 큰 부담”이라며 올초 목표가 4000원에서 25% 하락한 3000원을 목표가로 내놨다.

한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 4세대 열관리 모듈 공급과 환율 효과로 매출 증가를 바라곤 있지만, 전반적인 한온시스템 보릿고개는 길어질 것”이라며 “전기차로의 시장 전환 속도가 느린 상황에서 영업익을 넘는 R&D·설비 투자, 과도한 배당금 등 공격적 설비투자(CAPEX)로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고 봤다.

이 때문에 인수 주체인 한국타이어의 주주와 이사회도 최근 한온 인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인수 협상 악재가 겹치며 한온시스템의 실사 의무 이행, 양해각서상 몰취 조항의 위약벌 여부 등을 놓고 양 측이 MOU 이행 소송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 로펌 M&A 전문변호사는 “한국타이어가 확인 실사 등 인수 대상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최종계약에 서명할 확률은 없다”며 “더 큰 손해를 보느니 딜과 이행보증금 둘다 포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타이어 내부에선 협상을 무효화해도 보증금 일부를 보존할 수 있단 분석을 내놓으며 “이행보증금 전액을 잃는 것도 아닌데 무리한 딜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온시스템 노조가 전방위로 인수 협상 저지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최근 일각에선 조현범 회장과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계약이 성사될 거란 말도 나왔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IB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인수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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