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자문, 보험금 거절 악용 막는다…설계사 정보공개도 확대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보험사의 의료자문 제도가 보험금 지급 거절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제도개선에 나선다. 소비자가 우수 보험설계사를 선택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제재이력이나 계약유지율 등의 설계사 정보공개도 확대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일 보험업계와 학계, 유관기관, 연구기관 등이 함께 하는 제2차 보험개혁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산업 신뢰도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민원 가운데 보험민원은 5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업체를 제외하면 보험산업이 금융회사 신뢰수준 최하위에 해당한다는 보험연구원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산업 신뢰도 제고를 위해 ▲부당한 보험금 지급거절 방지 ▲보험계약 단계별 소비자 친화적 제도 정비 ▲보험민원 처리 효율화 등 세 가지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보험의 기본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정당한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겠다"며 "의료자문, 손해사정제도가 보험금 지급거절과 삭감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의료자문 제도가 보험금 지급거절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의료자문 기관 및 자문의 선정의 공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와 소비자가 보험금 지급사유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제3자인 전문의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제도다.
의료자문은 소비자와 보험사가 모두 동의해야 실시할 수 있는데 보험사들이 소비자가 의료자문에 동의해주지 않을 경우 보험금 지급을 보류해 문제가 되고 있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의뢰할 때 컨설팅 업체를 통해 시행하면서 신뢰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들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진료·진단을 받은 의료기관보다 상급 기관(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에서만 의료자문을 실시토록 제한하고 별도의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전문의로 '자문의 풀(pool)'도 구성토록 할 예정이다.
의료자문을 남발하지 않도록 보험사 내부통제 기준을 개선하고 의료자문 실시 사유별로 공시를 세분화하도록 공시제도도 개편한다.
독립손해사정사 제도와 관련해서는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 가능한 상품을 손해사정이 필요한 모든 보험상품으로 확대하고 선임기한도 3영업일에서 10영업일로 늘린다.
기존에는 인감증명서로만 가능했던 보험금 대리청구와 관련해서는 본인 인증수단을 전자방식으로 확대해 모바일을 통한 대리청구도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보험계약 관련 소비자 보호 조치도 강화된다.
소비자가 보험설계사의 신뢰도를 판별한 정보를 쉽게 확인해 선택할 수 있도록 모집경력, 제재이력, 계약유지율 등의 핵심정보가 서면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며 보험 안내자료에도 설계사 정보가 기재된다. 청약서에는 설계사의 기본정보 및 신뢰도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인 'e-클린보험서비스' 접속 QR 코드가 삽입된다.
계약체결시에는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해 해피콜을 꼭 필요한 핵심 내용으로 내실화할 예정이다.
보험영업과 관련해서는 법인보험대리점(GA)의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 방지를 위해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GA의 허위·과장광고 예방도 추진키로 했다.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GA의 불건전 영업행위는 검사·제재 강화 등을 통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비(非)분쟁성 단순 보험민원은 협회에 이첩해 민원처리 속도를 높이는 대신 금감원은 분쟁민원 해소에 집중키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접수된 보험민원은 금감원의 민원처리 역량 강화와 단순민원의 협회 이첩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전문성 있게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보험개혁회의 운영계획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80여명의 보험회사 실무자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5개 산하 실무반을 구성해 보험개혁회의를 운영한 결과 10대 추진전략과 60개+알파(α)의 과제를 발굴했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매월 보험개혁회의를 운영해 60개+α 과제들을 논의할 예정으로 최근 관심도가 높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보험회계 등의 사안은 협의가 끝나는대로 발표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연말까지 매월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해 판매채널, 회계제도, 상품구조 등의 종합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최근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실손보험과 IFRS17 쟁점사항의 경우 가급적 연말 전에 빠르게 개선방안을 도출·확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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