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은?” “금투세는?” 상대 당 갈라진 틈 노리는 與野

구민주 기자 2024. 8.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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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한동훈에 ‘제3자 특검법 발의’ 압박…與 분열 노려
수세 몰리던 韓, 민주 ‘이견’ 감지되자 ‘금투세 폐지’ 촉구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듭된 국회 공전으로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는 가운데, 거대 양당이 연일 상대 정당의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정국 주도권 잡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분열의 틈을 노리고 있다. 수세에 몰리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민주당 내 이견이 이어지자 거듭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21대 국회와 지난 달 25일 발의됐다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을 8일 세 번째로 발의한다. 민주당은 기존보다 특검 권한과 수사 범위를 확대한 새 특검법을 통해, '제3자 특검 후보 추천안'을 약속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대표가 중심이 돼 국민의힘이 제3자 추천안을 별도로 발의할 경우 협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대표 취임 뒤 당 결집과 지지층 여론 수렴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親윤석열)계의 거센 반대에 밀려 '공수처 수사 이후 결정' 등으로 기존 입장을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이 한 대표 리더십과 당 장악력의 최대 '시험대'로 꼽히는 만큼 민주당은 "오늘이라도 제3자안을 발의하라"며 한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공약을 지키는 척 체면치레라도 하고 싶다면 오늘 당장 '한동훈표 특검법'을 발의하거나, 특검법을 선거용으로 활용한 국민 우롱과 공약 불이행의 부도덕에 대해 사죄하라"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민주당 자신 없나" 압박…민주, 李 뜻 따를 듯

밖에선 야당의 압박, 안에선 친윤의 반대에 부딪쳐 고심에 빠져 있던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 최근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금투세 폐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졌다는 판단 아래, 이를 통해 입법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투세는 주식 등에 투자해 얻은 연간 수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기면 초과한 소득의 20~25%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당초 2023년 도입을 목표로 했으나 2025년 1월로 유예됐다. 최근 증시 폭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 우려가 일면서 금투세 폐지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대표는 전날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증시 폭락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금투세 폐지를 제시하며 "전향적으로 초당적 논의를 하자"고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에 공식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도 금투세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밝히신 걸로 안다"며 압박했다. 이어 민주당이 관련 토론회 개최를 돌연 취소한 점을 "도망간 것"이라고 규정하며 "토론조차 할 수 없을 정도고 정책 자신감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대표가 이처럼 민주당은 몰아세우는 데에는 현재 중도 확장을 고민하는 민주당이 금투세 문제에 대한 자체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를 일찍이 당론으로 정해 노선이 깔끔한 반면, 민주당 상황은 복잡하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라며 비판해 왔지만, 당 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전 대표가 "금투세를 손봐야 한다"는 '완화론'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기존 노선에 혼선이 발생했다. 그 틈을 타 여당, 용산 대통령실까지 연일 민주당의 입장 정리를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 평행선은 계속되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주식 투자자의 1% 불과한 초거대 주식 부자들의 금투세를 폐지하면 내수경제가 살아나냐"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 대표 경쟁자인 김두관 후보 역시 "'먹사니즘'(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슬로건)을 앞세우면서 금투세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맞서고 있다.

"여당 내부 입장차가 더 커…뇌관은 그곳에"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후 자신의 뜻대로 완화론을 관철시킬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증시 폭락 사태가 벌어지면서 기존 입장대로 금투세 시행을 관철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데다, 진성준 의장도 금투세 제도 보완에는 동의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란 것이다.

이 경우 민주당은 금투세에 대한 협조에 응하는 대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여당의 전향적인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경색된 국회를 해소하는 '공'은 다시 한동훈 지도부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금투세 문제는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완화나 보완 필요성에 대해 당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며 "금투세를 둘러싼 우리 당의 이견이 더 크겠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힘 내 이견이 더 크겠나. 뇌관은 저쪽(국민의힘)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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