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낮밤녀’ 정은지 “오늘의 젊음 많이 사랑하고 안아주세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4. 8. 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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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다른 그녀’ 20대 취준생 이미진 역
선배 이정은과 2인 1역…“다정하고 귀여운 선배, 든든한 빽 생겼죠”
‘8년째 낙방한 취준생’ 이미진 역을 연기한 정은지. 사진ㅣIST엔터테인먼트
“미진이를 연기하면서 각자의 속도가 있고 느리든 빠르든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거예요. 정은 언니와 교차해서 내레이션을 한 게 기억 나요. ‘젊음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소중하지만, 막상 그 안에 있을 땐 모른다’. 인스타에 많이 나오는 말인데, 젊음이라는 걸 가지고 있을 때 오늘의 젊음을 사랑하고 많이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극본 박지하, 연출 이형민 최선민, 이하 ‘낮밤녀’)에서 20대 후반 취준생이자 8년째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이미진’을 연기한 배우 정은지(30)는 작품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정은지는 “1년 정도 촬영했는데 아직 여운이 마음에 계속 있는 것 같다”며 “올림픽 기간이라 덕을 좀 본 것 같다. 최종회 전에 양궁이 좋은 성적을 얻어 그 기세로 저희 드라마를 봐주지 않았나 싶다”며 10% 벽을 넘은 소감을 밝혔다.

4%로 시작한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며 최종회에서 10% 벽을 넘어 11.7%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은지는 “제작발표회 때 10% 넘으면 드라마에서 나오는 춤을 다 같이 추겠다고 했는데 그게 ‘Mr. Chu’(미스터츄)였다. 셋이 추는 ‘미스터츄’를 과연 궁금해하실까. 어떤 노래를 할지는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은지는 ‘낮밤녀’를 통해 50대 시니어 인턴 ‘임순’ 역을 연기한 선배 이정은과 2인 1역을 소화해냈다. 그는 “떨리고 부담됐지만 정은 언니가 한다고 해 욕심이 났다”며 “이제 든든한 빽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은지는 20대 ‘이미진’과 50대 ‘임순’이 한 인물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상당한 공을 들였다. “언니의 팔 모양, 얼굴 방향, 눈물을 어느 정도 흘리는 지까지도 모두 모니터 대상이었다”는 것.

“‘체인지’ 되는 게 기분이 묘했어요. 정은 언니가 갑자기 20대로 보였죠. 언니가 고원(백서후 분)이를 대하는 미진이의 모습을 보여줄 때, 되게 미진이 같았다고 느꼈어요. 편집돼 나온 걸 봤을 땐 훨씬 더 재밌었어요. 현장에서는 언니랑 떨어져 있다 보니까 잘 못 느꼈는데 드라마 보면서 진정한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이정은지’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화제가 됐던 싱크로율이었지만, 정작 현장에선 “감독님이 디렉팅을 많이 안 해줬다”고 한다. “스크립터 언니가 ‘앞 신에서 이렇게 촬영했다’고 보여주면 감정을 이어 받아서 연기했다”며 “6부 정도까지는 제 사투리를 녹음해서 보내주고, 한 차에서 같이 극본을 보면서 맞춰나갔다”고 돌아봤다.

반면, 20대 취준생 연기는 공감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은지는 “미진의 성격에 처음엔 공감이 잘 가지 않았다”고도 했다. 서른 살이 되도록 백수생활을 하고 있던 ‘이미진’과 달리 정은지는 18살에 에이핑크 메인보컬로 데뷔해 정상의 걸그룹으로 사랑받아왔다.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선배 이정은과 2인 1역을 연기한 정은지. 사진ㅣ스타투데이DB
정은지는 “미진이와 닮은 부분이 너무 없었다”며 “매사 안 빼고 열심히 하고, 쭈글쭈글함이 닮았다”고 웃었다.

“‘미진이는 왜 이럴까?’, ‘왜 이때 이렇게 하지 않은 걸까?’라는 질문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삶의 속도가 서로 많이 다르단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 물어봤더니 ‘이미진 같은 사람도 있어’ 얘기해 주셨죠. 용기를 내야 하는 타이밍이 저와 달랐던 것 같아요.”

배우 최진혁과 로맨스 연기는 “친해서 연기하기 편했다”고 했다. 그는 “진혁 오빠는 남동생 대하듯이 저를 대했다. (장난으로) 한 대 때렸는데 힘조절이 안되더라. ‘힘조절좀 하세요 선배님’이라고 할 때가 있었다. 감정신에서 괜히 장난을 친다든가, 얼굴 보면 자꾸 장난 걸고 싶어서 반짝반짝할 때가 있다. 저는 그래서 오히려 편해졌다. 촬영 끝나자마자 형제모드가 되기도 했다. 애정신도 편하니까 터치도 할 수 있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에이핑크로 데뷔해 연기를 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사진ㅣIST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로 데뷔해 연기를 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배우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에게) 엄청 고맙다. 연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은지는 “평소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이 많지 않은데, 촬영하면서 힐링했던 순간이 되게 많았다”며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를 하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이 좀 달라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부터 ‘술꾼도시여자들’까지 흔들리는 청춘과 사투리를 연기할 때 유독 흥행 화력이 컸다. 정은지는 이같은 질문이 나오자 한 커뮤니티 카페에서 본 댓글 얘길 꺼냈다.

“어디서 조정석 정은지가 남매 연기 한 번 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봤어요. 근데 아빠는 꼭 성동일 선배님이어야 한대요.(웃음) 엄마는 라미란 선배이고. 그걸 보며 엄청 웃었어요. 골 때리는 가족 코미디를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 싶더라고요. 능력있는 작가님이 집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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