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유재명 "故이선균 유작? 그의 연기 자체에 집중해주길"[인터뷰]②

김보영 2024. 8. 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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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유재명이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가 배우로서 故 이선균의 모습과 발자취를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유재명은 영화 ‘행복의 나라’ 개봉을 앞둔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유재명은 극 중 10.26 대통령 암살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합동수사단장(합수부장)이자 당대 권력의 상징과도 같던 신군부 세력을 이끈 인물 ‘전상두’ 역을 맡아 서늘하고도 집요한 야욕을 표현했다.

‘행복의 나라’는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하다. 이선균은 대통령 암살사건 재판 피고인이었던 실존인물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박태주’ 역을 맡아 울림있는 열연을 펼쳤다. 이선균은 곧고 강직한 신념을 가졌지만, 시대의 야만성에 희생돼 어떠한 선택권도 주어지지 못한 인물의 고뇌와 체념 등을 그렸다. 눈빛의 힘, 앙다문 입술 등 절제된 표정과 감정선의 응축된 열연이 배우로서 이선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실화의 깊은 여운을 두드러지게 했다는 호평이다.

유재명은 앞서 지난 6일 열린 ‘행복의 나라’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선균을 향한 그리운 마음을 털어놓은 바 있다. 유재명은 당시 “솔직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이선균 배우의 (생전) 모습이 겹쳐지는 시간,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겹치더라. 그래서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 후반에 극 중 박태주가 정인후에게 ‘자네에게 진 빚이 많아, 자넨 좋은 변호사야’ 말해주는 장면을 봤을 때, 저 역시 그 모습에서 이선균 배우가 조정석 배우에게 ‘자네는 정말 좋은 배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며 “제 개인적 경험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며칠 전 우연치 않게 들은 라디오 오프닝 멘트가 있었다.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란 멘트였다”며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이선균이란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배우를 하는 우리들의 행복, 에너지를 느낄 수 있던 시간이 아닐까. 힘들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유재명은 이날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시 발언에 대한 심경을 묻자 “이번 영화가 개봉이 되면, 배우 이선균의 이야기가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며 “이선균 배우와 관련해 느끼는 여러가지 마음들은 이미 그 전에 충분히 잘 말씀드린 거 같으니 그런 이야기를 절제하고 싶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유작이란 타이틀보다 이선균이란 사람이 어떤 배우였는지, 그의 연기 자체와 그의 연기가 가진 결들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다시 반복하는 순간 아쉬움이 생길 거 같다. 이 영화로 이선균이란 배우를 찾아볼 수 있는 의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란 진심을 내비쳤다.

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박태주’란 캐릭터를 온 힘을 다해 표현한 이선균의 노력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유재명은 “굉장히 힘든 연기였을 거다. 전상두 못지않게 속마음을 다 드러낼 수 없는 캐릭터였다”며 “눈빛 등 한정된 뉘앙스로 고뇌와 딜레마에 빠진 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가족과 자신의 목숨, 조국과 신념 사이에서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그 연기는 같은 연기자 입장에서 봤을 때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또 “꽉 다문 입술과 그 사이에서 보여지는, 박태주란 인물의 눈빛을 보면서 ‘정말 고생많았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태주와 전상두의 독대 신을 촬영한 과정도 들려줬다. 유재명은 “저희 감독님이 좋은 의미로 집요하고 뚝심이 있는 분이신데 반대로 개방적인 부분도 있으시다. 두 사람의 식사에 소주가 등장한 것은 제 아이디어였다”며 “교도소 식당에서 밥을 먹다 생각이 나서 스태프들에게 ‘그 시대 소주병이 있냐’고 물어봤다. 다행히 있더라. 소주병에 물을 채운 뒤 리허설로 보여드린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완성된 영화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편집된 대사 중 인상깊던 대목도 전했다. 그는 “전상두는 박태주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선뜻 호의를 베풀 듯이 자기가 술을 마시고 건네고 혼자 술을 따른다. 또 사진을 툭 꺼낸 뒤 ‘골프는 치냐’며 자기 할 말만 한다”며 “편집된 대사이지만 전상두가 박태주에게 ‘내 밑에서 있었으면 참 좋았을 걸’이라 말하는 대목도 사실은 있었다. ‘내 밑에 있으면 공도 치고 좋은 시절 보냈을텐데’란 대사였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엄청 야만적 대사다. 그렇게 한 신 한 신 합을 맞춰갔다”고 떠올렸다.

한편 ‘행복의 나라’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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