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감기 달고 살죠” 추위와 사투 벌이는 얼음 공장[르포]

황병서 2024. 8. 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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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루 180t 부천 얼음공장 가보니
어업용·식용 얼음, 청량리·충남 홍성 등으로 배달
폭염 온도에 민감한 수조 속 소금물, ‘예의 주시’
제빙기 대중 보급 속 수익성 ‘악화’ 걱정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여름인데도 감기와 비염을 달고 살죠.”

8일 오전 8시 경기 부천시의 얼음을 만드는 한 냉동 공장.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지친 사람들은 언뜻 ‘최고의 직장’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얼음 공장에서 나온 윤준일 사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시각 얼음을 보관하는 창고의 온도계는 영하 1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윤 사장은 “요즘 같은 날이면 아침 기온이 27~28도에서 시작하니까 대략 30~40도가량을 널뛰기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지난달에는 비가 많이 와서 물량이 좀 주춤했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다시 바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낮 기온 35도 이상을 웃돌았던 8일 경기 부천시의 한 냉동 공장에서 근로자가 140㎏에 달하는 어업용 얼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황병서 기자)
경기 부천 오정구에서 얼음을 만드는 이 회사는 하루 180톤(t)의 얼음을 생산한다.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얼음은 어류 등의 부패를 막기 위한 어업용 얼음과 식당·편의점에서 사용하는 식용 얼음 등으로 구분된다. 다음날 장사에 쓰는 얼음을 만들어 내다보니 매일 자정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는데 이는 서울 청량리 농수산물시장에서 인천 연안부두, 카페나 편의점까지 수도권 인근 곳곳으로 납품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데일리가 이날 오전 8시쯤 찾은 냉동 공장은 출근 시간임에도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장 안은 바깥 온도보다 현저히 낮은, 말 그대로 ‘냉동고’였지만 이곳저곳에서 찾는 얼음 수요를 맞추느라 근로자의 손길은 쉴새 없이 움직였다.

특히 어업용 얼음을 쇠 갈고리로 찍어 옮기는 근로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크고 길다는 이유로 ‘대장얼음’으로 불리는 이 얼음은 1개당 무게가 140㎏로, 숙련된 직원도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무게뿐 아니라 온도가 낮은 것도 문제였다. 어업용 얼음이 녹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하려면 보관 창고의 온도가 영하 10도를 유지해야 하다보니 ‘폭염 속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일 출고할 물량을 지금부터 미리 작업하는 것”이라면서 “자정이면 차들이 공장 앞에 어마어마하게 많이 와서 얼음을 가지고 가려고 대기하는데 그때 대처하려면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업용 얼음을 만드는 곳의 근로자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업용 얼음은 140㎏의 대형 얼음이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어 얼리는 얼음과는 제조 방법 자체가 다르다. 1m의 직사각형 철틀에 맑은 생수를 들이 붇고, 영하 7~8도 가량의 소금물이 담긴 수조에서 48시간 동안 얼려야 한다. 소금물 온도가 영하 7~8도를 유지하도록 매번 관리해야 하는 게 중요한 임무다. 외부 온도가 올라갈수록 소금물도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온도가 더 올라가지 않도록 모니터링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상 32도일 때랑 영하 3도일 때랑 소금물이 받는 영향이 다르다”면서 “기계실에서 외부 온도를 보고 (소금물을) 조절하고 있는데, 지금 같은 날씨에는 예민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8일 경기 부천시의 한 냉동 공장에서 근로자가 식용 얼음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황병서 기자)
편의점 ‘컵 얼음’과 식당 등으로 공급되는 식용 얼음의 경우도 어업용 얼음의 분주함에 못지않았다. 식용 얼음의 경우 3층에서 갈려진 얼음이 2층 창고에서 보관되다가 1층에서 포장되는 방식이다. 여름철 물량이 폭증하다 보니 식용 얼음을 포장 용기에 담는 근로자의 손길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식용 얼음이기 때문에 어업용 얼음과 달리 위생복을 입고 마스크까지 착용하며 일하고 있었다.

폭염 속 얼음 수요가 폭증하며 기쁠 법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얼음 제조 사업의 수익성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어획으로 국내 어시장의 어획량이 줄자 덩달아 얼음의 공급처도 줄었다는 게 큰 문제였다. 또 주요 공급처였던 어시장과 카페 등도 자체 제빙 기계를 마련해 쓰기 시작해 얼음 주문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고 했다. 윤 사장은 “예전에는 하루에 가동하는 얼음 생산이 220톤이었는데 지금은 180톤이니까 40톤이 줄었다”면서 “그나마 단가가 올라서 매출이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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