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깼던 화가 천경자…서울시립미술관 탄생 100주년 기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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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은 8일부터 서소문본관에서 천경자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 작가 22명의 작품과 자료를 전시하는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이런 천경자의 현대적인 사고방식을 부각하고 그의 영향을 살피며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 동양화가들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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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은 8일부터 서소문본관에서 천경자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 작가 22명의 작품과 자료를 전시하는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전을 연다.
천경자가 활동하던 시기 동양화단은 왜색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한국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천경자는 자기 작품을 '한국화'라는 틀에 가두지 않았다. '채색화 = 일본화'라는 생각에 대부분 작가가 수묵화를 그릴 때도 그는 채색화를 그렸다.
"나는 원칙적으로 '한국화'를 반대한다. 왜냐하면 '일본화'란 것이 국수주의적 경향을 가지고 대두된 것인데 한국화를 운운한 것도 따지고 보면 쇄국적이고 협소한 굴레에 메어 달리는 격밖에 안 되는 것이다. (중략) 동양화를 묵화로 그려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강서 벽화만 보더라도 색채가 있었고 인도화도 그렇다. 동양화에서 묵화도 있을 수 있고 채색화도 있을 수 있다. 자유로운 창작적 개성 속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면 그것이 곧 한국의 독특한 미가 생기는 것이지 굳이 '한국화'라고 이름 붙여 좁은 울 안에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1961년 11월9일 조선일보)
스스로 틀을 벗어났던 천경자는 학교(홍익대)에서 가르칠 때도 제자들의 성향과 작업 방식을 존중했다. 이런 교육방식은 류민자, 이숙자, 오낭자, 이화자 등 제자들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됐다.
이번 전시는 이런 천경자의 현대적인 사고방식을 부각하고 그의 영향을 살피며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 동양화가들을 조명한다. 천경자와 마찬가지로 왜색 탈피와 전통 계승, 민족 의식 반영 등 당시 동양화 작가들이 짊어졌던 과제에 더해 가사와 양육까지 병행해야 했던 이른바 '여류 동양화가'들이 어떤 식으로 보수적이고 정형화된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 양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작가'로 자리매김했는지 과정을 살핀다.
전시에서는 천경자의 170호 크기(가로 185cm, 세로 284cm) 대작 '꽃과 병사와 포성'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다. 천경자가 1972년 베트남 전쟁 중인 베트남에 종군 화가로 가서 스케치해 완성한 작품으로, 국방부에 걸려 있다가 처음 일반 공개한다.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작인 '조부상'을 비롯해 역시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1950년대초 작품 '옷감집 나들이', 뱀을 주제로 한 '사군도'(원제 향미사·1969), 1978년 열흘간 4만명이 몰렸던 서울 현대화랑 개인전 출품작 '초원'(1973) 등 천경자 작품 9점을 볼 수 있다.
동시대 여성화가 작품으로는 격변의 시대를 전통춤의 형상으로 풀어낸 장상의의 '다시래기'와 '번뇌', 4·19 혁명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문은희의 '무제(4·19혁명)', 독도를 주제로 한 '공(空)-독도', 군사독재시기 교련 수업을 주제로 한 이숙자의 '캠퍼스 훈련생'(1982), 여성 작가가 그린 첫 정부표준영정인 오낭자의 '김육 표준영정'(1990) 등이 전시된다.
이밖에 조선미술전람회 최다 수상자인 정찬영의 '공작도'(1937)를 비롯해 총 86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11월7일까지. 무료 관람.
서소문본관에서는 이 전시와 함께 천경자 컬렉션 상설전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도 함께 진행된다. 천경자가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93점으로 구성된 '천경자 컬렉션' 중 '여행풍물화'로 분류됐던 천경자의 기행 회화를 중심으로 한 전시다.
전시 제목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는 천경자가 1986년 쓴 여행 수필의 제목이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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