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AI로 빚어내는 `영상의 신세계` "인간 상상력은 AI도 대체 불가"
LG유플 '익시' 등 AI기술 접목
표현 어려운 주제 탁월하게 표현
창의적 영상으로 '글로벌 주목'
인공지능(AI)이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어떨까.
남산타워부터 광화문, 한강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모습, 지하철과 해치, 한국 전통 문양이 어우러진 장면들이 리듬감 있는 힙한 사운드 트랙과 함께 펼쳐진다. AI가 구현한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이 광경은 컴파운드 컬렉티브 전이안(36·사진) 감독의 'AI의 관점(AI-Point of View)' 프로젝트 일부다. 이 프로젝트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8만4000회를 기록하며 주목 받았다. '미드저니'부터 '스테이블디퓨전', '빙', '달리' 등 12개에 달하는 AI 툴을 활용해 제작된 이 영상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창의성을 극대화한 사례다.
지난 6일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난 전 감독은 "AI는 '경우의 수' 싸움"이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수백 개, 수천 개의 데이터를 넣어 좋은 것을 뽑아 합성하고, 다시 거르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AI 툴 활용뿐 아니라 결국 '아이디어'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감독을 포함해 직원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사무실은 분주했다. 이달 말 선보일 브랜드 광고 작업이 한창이었다. AI 외 다양한 프로젝트 작업 영상으로 입소문이 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AI 프로젝트는 실험적인 성격을 띤다"면서 "새 툴이나 기술이 나오면 공부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2014년 대행사로 시작한 컴파운드 컬렉티브는 올해 10년차다. 국내·외 광고제와 어워즈에 작품을 출품해 유수의 수상 경험을 보유한 내공 있는 프로덕션이기도 하다. 올해도 '베를린 뮤직 비디오 어워즈'에서 수상을 했다. '대한민국 광고대상'뿐 아니라 '레드닷 어워즈', '뉴욕 페스티벌' 등 글로벌 어워즈에서도 인정받았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매년 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100% AI로 제작한 LG유플러스의 TV 광고로 주목 받았다. 완성까지 꼬박 두 달여가 걸린 이 작업에는 LG유플러스의 AI '익시'를 포함해 8개 AI 프로그램이 활용됐다. AI 영상 클립만 약 20만장을 생성·추출했는데, 광고에는 0.5%에도 못 미치는 700여 프레임만 활용했다. 30초 길이의 이 광고는 통신회사에서 'AX컴퍼니'로의 도약을 알리는, 표현하기 다소 어려운 주제를 AI를 활용해 미래지향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1328만회를 기록했다.
전 감독은 "AI 역사의 빌드업이 된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AI 작업자는 많지만, 브랜드에서 원하는 메시지를 담아 '톤앤매너'를 넣은 케이스는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고 짚었다.
전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상 연출을 전공하며 한 길을 걸어왔다. 그의 새로운 시도는 AI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발매된 '트로트 가왕' 나훈아의 새 앨범 '새벽' 중 '삶'과 '타투' 뮤직비디오를 '혼합현실(XR)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갓 상용화된 인터랙티브 툴인 '터치디자인'을 설화수 브랜드와 협업해 활용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이나 뷰티 브랜드와 협업해 '가상 옥외광고(FOOH)'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다. FOOH는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활용한 '초현실 가상 옥외광고'로, 해외에서는 프랑스 브랜드 자크뮈스가 파리 한복판에 자사 상품인 밤비노백을 트램으로 묘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전 감독은 "최근에는 '온리(ONLY) AI'도 식상해졌다"며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창의적인 작업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가 필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 감독의 판단이다. '얼마나 새 기술에 빨리 적응하냐'가 관건으로,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만 하는 작업자들은 AI가 아니라도 새 기술이 나오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인간적인 상상력'을 가진 실력 있는 작업자들은 AI도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기술 자체에 치우치기보다 시각·청각적 자극을 끌어올리고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일이 최우선이다. 그의 작업은 한 학기에만 1000개가 넘는 아이디어로 씨름하던 미국 대학 시절의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대중이 보고 싶은 메시지를 어떻게 포장하고 재구성하는지가 기술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죠.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게 핵심입니다."
"재미 있어서 강도 높은 작업도 버틸 수 있다"는 그의 다음 목표는 '전시'다. 전 감독은 "음악에 애정이 있어 뮤직비디오 작업도 자주 했다"며 "순수 예술인 '파인아트'나 자체 콘텐츠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의 관점' 프로젝트도 태국, 베를린, 파리 등 해외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의 아이디어 원동력은 여행과 콘텐츠다. 사무실에서 하루에 16~20시간 넘게 작업하며 주말도 없다는 전 감독은 여유가 생기는 대로 해외나 국내 여행을 훌쩍 떠나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영화를 본다.
"많이 먹을수록 많이 배출하듯 일상 안에서도 건물 텍스처나 걷고 소통하는 방식, 냄새와 사람들의 언어, 태도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심지어 호텔 안에 정리돼 있는 수건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죠."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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