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삼성 비호, 류희림 오른팔…‘하락세’ KBS의 새 이사진
5개 언론사 공동기획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동관 위원장 체제를 거치면서 한국방송(KBS) 이사회를 여권 우위 구도로 재편했고, 이는 김의철 사장 해임과 박민 사장 임명으로 이어졌다. 박민 사장 부임 뒤 한국방송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 무산과 ‘역사저널 그날’ 방송 중단 등 제작 독립성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영진 교체 이후 한국방송의 채널 선호도(갤럽)와, 유튜브 조회수(플레이보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달 3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한국방송 이사 7명 추천안을 의결했고,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새로 선임된 한국방송 이사는 권순범 현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현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상임위원 등이다. 새 이사회는 여야 7대 4로 현 6대 4보다 더 확실한 여권 우위 구도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 3년이며, 올해 연말 박민 사장 후임을 선출하게 된다.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이 새 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파업은 “구시대 적폐”, 사찰은 “문제없음”
이인철·허엽 두 이사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등장한 보수 성향 언론·시민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이인철 이사는 이진숙 위원장과 함께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바른언론시민행동 등에서 활동했다. 이 이사는 지난 6∼7월 이들 보수단체와 국민의힘이 개최한 국회 세미나·토론회에 참여해 민주당의 ‘방송4법’을 “공영방송 관리·감독 권한을 포기하는, 국민에 대한 배임 행위”(7월18일)이자 “공영방송을 노조에 양도하는 법안”(6월18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2015∼2018년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당시 그는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파업을 가리켜 “밥그릇 싸움”이자 “구시대 적폐”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반면 대법원이 ‘(직원) 불법 사찰’이라고 규정한 사건과 관련해선 회사 쪽을 감쌌다. 이는 2012년 문화방송 파업 때 사 쪽이 직원의 동의 없이 ‘트로이컷’이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건으로, 당시 노조는 ‘노조 간부 등의 사적 정보를 불법 열람했다’며 회사 쪽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사건으로 이진숙 방통위원장 등 당시 경영진이 2016년 5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그런데도 이 이사는 같은 해 6∼9월 방문진 회의에서 (경영진은) ‘책임없음’ 의견을 냈다. 공동취재팀은 관련하여 이 이사에게 전화와 문자로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 허엽 이사는 최근까지 바른언론시민행동 사무총장을 지냈다. 자체 모니터단과 인터넷 매체 ‘트루스가디언’을 운영하며 공언련 등과 ‘가짜뉴스’ 관련 행사를 함께 열어 온 단체다. 허 이사는 지난해 7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괴담을 한겨레·경향신문이 받아서 스피커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공청회’에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좌파 언론단체, 매체의 협업으로 가짜뉴스가 퍼진다”라고 했다.
■ ‘박민 체제 탄생 공신’ 이사들은 연임
서기석·권순범 이사는 한국방송 이사직을 연임한다. 서 이사는 현 이사장으로 지난해 9월 방통위와 윤 대통령이 해임한 남영진 전 이사장의 후임이다. 서 이사장 부임 이후 한국방송 이사회는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하고(9월12일), 박민 사장 임명제청안을 통과(10월13일)시켰다. 당시 이사회는 당초 결선투표를 하기로 했으나, 서 이사장은 1차 투표에서 박민 사장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자 투표를 중단시켰다. 이후 결선투표 대상이었던 다른 후보가 사퇴한 뒤, 박민 사장만 놓고 표결했다.
서기석 이사는 2008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배임 혐의 사건 항소심을 맡아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은 김용철 변호사가 저서(‘삼성을 생각하다’, 2010년)에서 “서기석 판사가 황백(현 제일모직 사장) 등과 골프를 쳤고, 이후 삼성 비리 사건 2심 재판을 맡아서 삼성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됐다. 서 이사는 2013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삼성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이후 대법원에서 원심이 파기되어 고법으로 돌려보내졌고, 유죄가 확정됐다.
권순범 이사는 한국방송 기자였던 2011년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2015∼2018년 한국방송 사장)과 현대자동차 홍보 담당자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논란이 있다. 골프 접대 사실은 권 이사가 처음 이사회에 들어온 2021년 방통위가 후보자 면접 답변을 공개하면서 확인됐다. 부정 청탁, 청렴과 관련한 한국방송 윤리강령, 취업규칙 조항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이었으나 권 이사는 연임에 성공했다. 공동취재팀은 서기석·권순범 이사에게 이들 논란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 ‘박근혜 변호사’에서 ‘류희림 방심위’ 오른팔로
황성욱 이사는 변호사 출신으로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4∼5기 방심위원을 지냈다. 특히 지난 1년여간은 ‘류희림 위원장 체제’ 방심위의 유일한 상임위원으로 그의 ‘오른팔’ 구실을 했다. 류 위원장과 둘이 구성된 상임위원회에서 공언련, 티브이(TV)조선 등을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추천 단체로 선정해 ‘편파심의’ 논란의 밑바탕을 제공했고, 지난해 9월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보도에 대한 긴급심의 결정 때도 방송소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의결을 끌어냈다.
또한 마약·성매매 등 불법성이 뚜렷한 정보를 주로 다루던 통신소위에서 위원장을 맡아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언론(뉴스타파)을 심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황 이사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무특보를 지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총선에 도전했으나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다. 언론노조는 그가 국민의힘 몫 방심위원으로 추천됐을 때 “정치지망생”이라며 비판했다.
류현순 이사는 한국방송 출신으로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정책기획본부장을 거쳐 방송담당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길 사장은 청와대 지시를 받아 보도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취임 1년7개월여 만에 해임됐고,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최종 패소한 인사다. 이 시기 부사장을 지낸 류 이사 역시 2013년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추적60분’ 방송 편집 개입 논란에 연루된 바 있다. 류 이사는 공동취재팀의 해명 요청에 “(길환영 사장 때) 저는 일만 했고, 어떤 인사나 제작에도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박상희(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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