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과기장관 후보, 자녀 위장전입 시인…“송구하다”
유 후보자 “해외 생활로 적응에 문제”
‘동물농장’ 표현 사과…“챗GPT 못 써봤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들의 강남 8학군 위장전입 의혹을 시인하며 사과했다.
유 후보자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인사청문회에서 장남과 차남 모두 중학교 시절 강남 8학군으로 주소지를 이전했으며 이는 위장전입으로 보인다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01년에는 유 후보자의 장남이, 2007년에는 차남이 서울 타 지역에서 강남으로 전입했다. 이를 통해 강남 소재 중학교로 전학을 간 두 아들은 역시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교 입학 직후 장남과 차남 주소지는 나머지 가족이 거주 중인 서울 타 지역으로 다시 바뀌었다.
유 후보자는 위장전입은 시인하면서도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른바 ‘좋은 학교’로 자녀들을 진학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주소지 이전이 가능한 자녀들의 외할아버지와 삼촌이 당시 강남에 살고 있었다고 밝혔다. 차남이 주소지를 옮겼던 집의 거주자는 삼촌인 유상범 현 국민의힘 의원이며, 유 의원은 당시 검사로 재직 중이었다.
유 후보자는 자신의 오랜 해외 생활로 자녀들이 귀국 뒤 적응을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생활 환경을 바꾸려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위장전입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고 국민 정서상으로도 반감이 크다”며 “국민은 이런 문제를 낙마 사유로 볼 수도 있는데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유 후보자는 “거기까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당은 유 후보자를 엄호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3월 임명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위장전입 3회’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든 윤석열 정부에서든 똑같은 기준에서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예산) 효율 제고는 새 정부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과학계와) 상당한 소통 부족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이공계 우수 인력을 흡수하는 문제에 관해 유 내정자는 “이공계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여성과 외국 학생 인력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는 유 후보자 장남이 2006년부터 6차례 병역 검사를 연기하다 질병을 이유로 2014년 5급 전시근로역(현역 면제)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한 자세한 질의를 위해 오후 6시쯤부터 30분가량 비공개 진행됐다.
비공개 질의 이후 야당에서는 유 후보자 장남이 2013년 미국 현지 병원에 입원했다가 한국에 돌아온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했다. 이 사안을 집중 질의한 김현 민주당 의원은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이 있다면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한편, 이날 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도중 정제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해 해당 발언을 취소했다. 장·차남이 기존 학교에서 부적응을 겪어 전학했던 시점인 중학교 2학년을 가리켜 ‘동물농장’으로 표현했다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유 후보자는 “발언을 취소하고, 그 연배의 젊은 학생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또 대표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써본 적 있는지에 대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써 보고 싶은데 아직 못 쓰고 있다”며 “송구하다”고 답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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