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지친 가자 주민, 강경파 하마스 지도자 선출에 '낙담'
이종훈 기자 2024. 8. 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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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 속에 아픈 아이들을 위한 식량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이스마일 자랄 씨는 "지도자가 누구든 관심 없다. 누가 하든 죽는 건 마찬가지다. 그들이 가져온 것은 파괴뿐"이라고 일갈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가 지난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가자지구와 서안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고통스러운 전쟁을 유발한 하마스를 비판한다는 응답 비율은 8%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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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스의 신임 정치국장으로 선출된 야히야 신와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암살된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후임으로 대이스라엘 강경론자인 야히야 신와르를 선출하자 10개월간 전쟁에 지친 일부 가자 주민들이 낙담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하마스는 전날 신와르가 정치국장으로 선출돼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하니예의 뒤를 잇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로 대이스라엘 무력 저항을 이끌어온 신와르는 이로써 하마스의 정치, 외교 권한까지 손에 쥐고 가자 주민의 생사가 달린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까지 이끌게 됐습니다.
10개월간 이어진 전쟁에서 가족 구성원 5명을 잃고 식중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하템 모하메드(47) 씨는 "정치국장으로 신와르를 선출한 것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라며 "그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하마스의 라이벌로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주도하는 파타당 전직 관리인 그는 "너무 성급하고 비이성적이며 하니예 암살에 대한 반동적인 움직임"이라며 "그들도 신와르가 정치국장 자리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 거다. 그는 감정적이고 성급한 사람"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전쟁 장기화 속에 아픈 아이들을 위한 식량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이스마일 자랄 씨는 "지도자가 누구든 관심 없다. 누가 하든 죽는 건 마찬가지다. 그들이 가져온 것은 파괴뿐"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는 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휴전뿐이다. 휴전 합의를 끌어내고 우리에게 남은 것을 지키며 매일 죽어가는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사람, 자제력이 있고 공약을 남발하지 않는 사람을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마스 측 가자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전쟁 발발 10개월째인 지난 7일까지 3만 9천677명이 사망했고 9만 1천645명이 다쳤습니다.
이스라엘군이 제거한 하마스 공작원 수를 1만 5천 명으로 잡더라도 대략 2만 5천 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셈입니다.
또 살아남은 피란민들은 기아와 질병에 고통받으면서도 공습을 피해 수시로 거처를 옮기는 등 그야말로 지옥 같은 삶을 견디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 출신으로 지금은 남부 칸 유니스에서 피란살이를 하는 아부 파디 라피크 씨는 "그는 나처럼 가족을 잃지도 고생을 하지도 배를 곯지도 않았다"면서 "하지만 나는 집도, 영혼도 가족도 모두 잃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전쟁에 지친 주민들이 이처럼 하마스의 강경한 새 지도자 선출에 불만과 우려를 표출하고 있지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하마스는 여전히 주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가 지난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가자지구와 서안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고통스러운 전쟁을 유발한 하마스를 비판한다는 응답 비율은 8%에 그쳤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을 비난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습니다.
또 가자지구 응답자의 46%는 전후 하마스의 재집권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하마스와 신와르의 통치에 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은 각각 64%, 50%나 됐습니다.
하마스 전투원 출신인 아부 알리 씨는 "(신와르는) 하마스의 다음 단계를 이끌어갈 최적의 인물이다. 이 시련을 이겨낼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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