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페이크와 팩트

장윤서 기자 2024. 8. 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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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크고 뛰어난 뇌를 가진 '만물의 영장'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독보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고하고 추론하는 능력이 어느 종보다 뛰어나서다.

저자는 "마오쩌둥이 정저쉰의 말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오류를 발견했다면 이런 치명적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분석적 사고 훈련을 통해 계속해서 통념을 깨부수고 재정립해나간다면 거짓과 선동, 사기꾼들의 속임수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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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인류, 때때로 사고의 오류를 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이크와 팩트./디플롯 제공

인류는 크고 뛰어난 뇌를 가진 ‘만물의 영장’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독보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고하고 추론하는 능력이 어느 종보다 뛰어나서다. 문제는 그런 뇌를 가졌는데도 우리는 수많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생명체 가운데 가장 합리적이라 일컬어지는 인류는 왜 때때로 잘못된 판단을 할까. 그럴듯한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버리고 명확한 팩트를 바탕으로 사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리학자이자 생물통계학자인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는 신간 ‘페이크와 팩트’에서 인류가 비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패턴들을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방안을 제시한다. 동시에 역사 속 실패들을 보여주고 통찰력을 길러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우수한 두뇌와 끝 모르는 호기심은 문명을 탄생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뛰어난 본능 때문에 인간은 종종 오판한다. 무작위로 일어나는 사건들 사이에서 패턴을 찾거나 자신이 관찰한 결과만을 토대로 추론하는 것이다. 예컨대 복권 속 숫자는 똑같은 확률로 나오지만 이를 수긍하기는 대체로 어렵다. 동전을 스무 번 던질 때 매번 앞면이 나올 확률은 정확히 50퍼센트이지만 스무 번 모두 앞면이 나왔다면 스물한 번째에는 뒷면이 나오리라고 기대한다.

정치가의 오판도 대표적인 예다. 1950년대 중국의 공산당은 참새를 ‘프롤레타리아를 착취하며 기생하는 부르주아의 상징’으로 여기고 중국에서 박멸시킨다. 유일한 천적이던 참새가 없어지자 대륙에는 메뚜기 떼가 들끓었고, 그 결과 1959년부터 3년 동안 대기근이 찾아왔다. 과학자 정저쉰 등이 이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오쩌둥은 그에게 ‘권위적 반동분자’라며 강제노동형을 선고했다. 마오쩌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정치적 삼단논법에 갇혀 수천만 명을 아사시키는 비극을 초래했다. 저자는 “마오쩌둥이 정저쉰의 말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오류를 발견했다면 이런 치명적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오류는 수많은 인류의 실수 중 하나일 뿐이다. 책은 지금까지 일어난 논리적 흑역사들을 보여준다. 이미 시체가 되었으나 변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살인자로 몰린 교황, 온갖 혐오의 생산자이자 각종 범죄의 용의자인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러시아 사이버 부대가 개입된 영국의 EU 탈퇴, ‘자연적이지 않은 것’들을 거부한다며 백신을 반대하는 자연주의 양육자 등 다양한 사례들 속에서 각종 오류들을 추적한다.

과학자인 저자는 과학의 기본 태도인 ‘비판적 사고방식’을 인류의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학은 하나의 주장을 엄격하게 검증하고, 그로써 발전시키거나 폐기하며 진보하는 학문이다. 과학계에서는 고등학생이 학계를 대표하는 과학자의 주장에 반기를 든다고 해도, 학생이 내민 증거가 사실에 기반한다면 그 학자는 고개를 숙이고 자기 신념을 버릴 줄 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분석적 사고 훈련을 통해 계속해서 통념을 깨부수고 재정립해나간다면 거짓과 선동, 사기꾼들의 속임수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 디플롯 | 544쪽 | 2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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