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비보이’ 김홍열, 파리 혁명광장 ‘춤판’ 접수한다 [파리2024]
한국 레전드 김홍열 출전
한국계 경쟁자들과 맞대결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였던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이 이제 2024 파리 올림픽의 ‘춤판’으로 바뀐다. 화제의 종목 브레이킹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국 시간으로 9일 오후 11시 여자부인 ‘비걸’ 예선 조별리그로 시작하는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은 11일 오전 4시 23분 남자부 ‘비보이’ 금메달 결정전으로 막을 내린다.
이번 대회에 한국은 브레이킹 팬들에게 ‘전설의 비보이’라는 수식어를 받은 김홍열(Hongten·도봉구청)이 유일하게 출전한다. 오는 10일 오후 11시에 예정된 조별리그를 치른 후 11일 오전 3시부터 8강 토너먼트를 통해 금메달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반 친구가 선보인 간단한 동작을 따라 하다가 브레이킹의 길을 걷게 된 김홍열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레전드’다. 1984년 12월생으로 어느덧 마흔을 코앞에 둔 그는 브레이킹 분야에서 이룰 걸 다 이뤘다. 세계 최고 권위 대회인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 2006년, 2013년, 2023년까지 세 차례 우승했다. 이 대회 3회 우승은 김홍열과 더불어 네덜란드의 메노 판호르프만 달성했다.
문화 영역에서 이미 금자탑을 쌓은 김홍열에게 스포츠 영역의 올림픽은 도전 그 자체다. 브레이킹이 처음으로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 정식 종목으로 들어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김홍열은 더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도 시상대에 서는 영광을 누리기 위해 도전한다. 그는 신체적인 능력이 매우 중요한 종목인 만큼 세월의 풍파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비보이, 비걸에게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자 한다.
올림픽에서는 이번 파리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첫선을 보이는 브레이킹은 예술과 스포츠의 중간 영역에 있다. 197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힙합 댄스의 한 종류로 탄생한 브레이킹은 음악 중간에 나오는 브레이크 다운 파트(악기 없이 드럼 비트만 나오는 부분)에 맞춰 춤을 춘 데서 유래했다.
선수들이 춤을 추지만 각 동작은 매우 고난도다.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서 수십바퀴씩 몸을 돌려야 해 운동능력이 상당히 요구된다. 이런 지점이 신체 단련을 핵심 요소로 보는 스포츠와 맞닿아 있다. 기계체조와도 유사한 일부 자세를 취하기 위한 근력과 유연성, 약 3분 동안 고강도 움직임을 소화해야 하는 심폐지구력에 음악성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세계 톱 비보이와 비걸 각각 16명이 초대 금메달리스트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배틀을 펼친다. 4명씩 4개 조로 나뉘어 라운드로빈을 진행하고 각 조 1, 2위 안에 들면 8강에 오른다. 한 경기가 3라운드로 구성돼 2개 라운드 이상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이번 대회는 브레이킹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무대일 가능성이 크다. 2028년 열리는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다음 무대가 있을지 불확실한 만큼 김홍열을 포함한 모든 선수가 확실하게 메달을 목표로 잡고 치열하게 맞붙을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한국계’다.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올림픽 퀄리피케이션 랭킹 1위로, 캐나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비보이 필립 김(Phil Wizard)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미국 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또 다른 한국계 그레이스 선 최(Sunny·이하 서니 최)도 비걸 부문 메달을 노린다. 1988년생인 서니 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을 나온 수재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부서 책임자로 일하던 그는 올림픽 출전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1월 회사도 그만뒀다.
난민 선수도 출전한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제약한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마니자 탈라시(Talash)는 비걸로 나서 갈고닦은 춤 솜씨를 뽐낸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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