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로보-밥캣 합병` 정정신고서, 부족하면 제한 없이 정정 요청"

금감원, 일반주주와 소통 압박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신하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 건과 관련해 제출된 정정신고서에 대해 조금이라도 미흡한 점이 확인되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신고서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시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부분, 즉 지배구조 개편 효과나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과 주주권 행사 여부 등을 포함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이 담겼는지 보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지금 진행 중이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부족한 점이 확인되면 지속적으로 정정 요청하겠다는 게 당국 내에서도 합의 돼있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골자로 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소액주주들은 매년 영업이익 1조 원대를 기록하는 두산밥캣과 적자를 면치 못하는 두산로보틱스가 시가 기준에 따라 합병 비율을 정한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6일 제출한 정정신고서에서도 합병 비율을 기존 안대로 추진하기로 한 상황이다.

이날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앞선 모두발언에서도 이 원장은 "여전히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부와 시장참여자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근절돼야 할 '그릇된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소액주주 반발이 불거진 두산·SK그룹 계열사의 합병 사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CEO 또는 대주주가 일반주주와의 소통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시 한번 압박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를 빌어 우리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또는 대주주들이 한국거래소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기업 자율 공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참여 해주기를 부탁드린다"며 "또 CEO나 대주주 차원에서 일반주주와의 소통을 더 원활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비교해보자면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CEO가 적극적으로 나서 회사의 가치나 향후 미래 성장 전략들을 시장과 공유함으로써, 설령 배당이 없더라도 미배당 자원이 충분히 주주들에게 이익으로 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형태로 소통을 하고 있다"며 "반면 국내 대기업과 상장사는 CEO 내지 대주주 차원에서 소통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해외 투자자나 국내 일반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