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항공기 첫 자동 이륙 성공, 연료소비 줄어 항속거리 증가 기대
세계 3위 항공기 제작사인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가 세계 최초로 상업용 제트기에 자동 이륙 기능을 도입한다. 항공기의 비행과 착륙에 자동 조종장치가 도입된 지는 반세기가 넘었지만 이륙에 자동 기능을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엠브라에르는 이륙 과정에서 조종사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운항 거리와 화물 적재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엠브라에르는 지난달 23일 영국 햄프셔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내년 4분기부터 차세대 중형항공기인 E2계열 기종에 자동 이륙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엠브라에르 강화 이륙시스템(E2TS)’으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자동으로 활주로를 달리는 항공기를 빠르게 날아오르게 하는 기술이다. 3년 넘게 이 기술을 개발해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특허까지 받았다. 지금까지 시험비행만 500회 넘게 수행했다.
아르얀 메이예르(Arjan Meijer) 엠브라에르 상업비행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자동 이륙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항공사의 수요와 항공전자 기술력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요구에서 시작했다”며 “자동 이륙 기능이 항공사에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활주 거리 줄고, 항속 거리는 늘어나
항공기 비행의 대부분은 자동화됐다. 민항기는 일단 이륙하면 비행관리컴퓨터(FMC)에 입력된 항로와 고도,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날아간다. 착륙할 때도 자동 착륙 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륙 만큼은 지금도 자동 장치에 맡기지 않고 조종사가 무조건 수동으로 하고 있다.
엠브라에르가 개발한 자동 이륙 시스템은 항공기가 활주로를 달리다 이륙할 최적의 시점을 결정해 날아오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항공기가 위로 뜨는 힘인 양력을 얻는 정확한 시점을 계산해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기듯이 기체의 기수를 들어 올린다. 기존 항공기도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이런 자동 이륙 기능이 생긴다. 루이스 카를로스 알폰소 엠브라에르 기술부문 수석 부사장은 설명회에서 “조종사가 자동 이륙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별도 훈련을 받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회사는 자동 이륙 시스템을 활용하면 항속 거리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자동 이륙한 항공기는 연료 소비량이 줄어서 같은 화물을 싣고도 400~800㎞ 더 날아간다. 항공기를 하늘로 들어 올릴 양력이 생기는 시점에 정확히 이륙할 수 있어서 활주 거리도 줄어든다.
회사 측은 자사의 중형항공기 판촉에 자동 이륙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활주로가 짧은 작고 복잡한 유럽의 중소 공항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엠브라에르가 E2 기체를 활용해 시험 비행을 한 결과 영국 런던 시티공항을 이륙한 경우 570㎞를 더 멀리 날았다. 엠브라에르의 190-E2는 106명이 탑승하며, 195-E2는 132명까지 탈 수 있다.
엠브라에르는 이륙 과정에서 조종사의 실수나 과실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엄격한 훈련을 받은 숙련된 조종사도 사람이라서 같은 활주로에서도 적절한 이륙 시점을 놓치고 불필요한 연료를 소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종사가 이륙 과정에서 기수를 급격히 들어 올리다가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부딪히는 사고를 내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보잉·에어버스는 주저...기술 신뢰 확보가 관건
항공기가 등장한 이후 운항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1910년대 방향을 잡는 회전나침반인 자이로 컴퍼스를 이용해 자동 조종장치가 개발된 데 이어 1960년대 자동 착륙 기술이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자동 이륙 기술은 개발이 늦었다. 이륙 과정은 항공기의 고도와 속도가 긴박하게 증가하는 단계로, 엔진 결함이나 활주로의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해야 해서 자동 시스템보다는 조종사의 지속적인 개입을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윤용현 국민대 미래모빌리티학과 특임교수(공사 25기)는 “이륙 과정에서 엔진에 결함이 생겨 추력이 떨어지거나 한쪽 엔진이 고장나서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이탈할 경우 조종사가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며 “빠른 상황 대처가 중요한 단계라는 점에서 이륙을 자동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기술 장벽보다는 정책과 규제가 자동 이륙 기술 개발을 더디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인항공기 전문가인 심현철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무인항공기에도 적용되는 항공기 자동 이륙 기술은 그 자체로는 난이도가 높지는 않다”며 “오히려 안전 문제와 법적 책임소재, 인증 등 규정 문제가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난다면 개발사가 책임을 모두 져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조종사들을 대신할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승객과 조종사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세계 1, 2위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에어버스는 아직 자동 이륙 기술을 상용화하지 못했다. 에어버스는 지난 2020년 6월 자율주행·이륙·착륙(ATTOL) 프로젝트를 통해 자동 이륙 시스템을 시험했다. 에어버스는 당시 시험에서 이미지 인식 기술을 사용해 완전 자율 주행 기반의 활주와 이륙, 착륙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직 실제 상업용 항공기에 시스템을 적용하지는 않고 있다.
참고 자료
ASCC(2017), DOI : https://doi.org/10.1109/ASCC.2017.8287427
AIAA(2013), DOI : https://doi.org/10.2514/6.2013-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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