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밀월에 테슬라 불똥...‘구매 보이콧’ 기업도 등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 테슬라 판매에 불똥이 튀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테슬라를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물론 유럽의 한 대기업이 테슬라의 전기차 구매를 중단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미 경제매체 CNBC,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독일에 본사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약국 체인점을 운영하는 업체 로스만은 전날 머스크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이유로 더는 테슬라의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성명에서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사기’라고 반복해서 말해왔다”며 “머스크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숨기지 않고 있는데, 이런 태도는 전기차 생산을 통해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자 하는 테슬라의 사명과 완전히 대조된다”고 밝혔다.

로스만은 유럽 전역에 4700여개 매장과 6만2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현재 회사 차량 800대 중 34대의 테슬라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연간 약 180대의 신차를 구매해왔다. CNBC는 앞으로 테슬라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로스만의 발표는 머스크의 정치적 입장이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어 그는 ‘아메리카 팩’이라는 이름의 슈퍼팩(super PAC, 정치활동위원회)을 만들어 자금을 기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지난 2020년 대선 때만 해도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었지만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 지지로 선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는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접촉도 늘고 있고, 트럼프가 공개 석상에서 전기차에 우호적인 발언을 내놓는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전기차에 대해 완전히 배제해야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던 트럼프가 태도를 바꿔서 다소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같은 공약을 완화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2일 머스크와 “중대한 인터뷰”를 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와의 친분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껏 내세웠던 전기차 관련 규제 정책을 완화한다면 테슬라에게는 행운이겠으나, 당장은 오히려 ‘트럼프 공개 지지’로 인한 리스크가 더 큰 상황이다. CNBC는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와 퓨리서치 등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 공화당원들이 머스크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전기차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으며, 전기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은 좌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머스크의 평판은 낮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여전히 전기차를 강하게 규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EPFR이 추적하는 전기차 관련 펀드들의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순유출액이 16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달해 지난해 한 해 총상환액보다 많았다.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상반기 거의 5억 달러(약 7000억 원)가 상환됐으며, 미국, 한국, 일본에서도 2분기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영향도 있으나 트럼프 당선에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