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막으려면… “계좌 지급 정지·실명 공개 필요”
전문가들, 상장임원 선임 제한·계좌 지급정지 등 대안 제시
행위자 및 제재내역 등 정보 공개 활발해야… 재범 방지 효과
내부자 거래나 시세 조종 같은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금전적 제재뿐 아니라 계좌 지급 정지, 불공정거래 행위 공표 등의 비금전적 제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과징금 부과 수준의 금전적 제재만으로는 불공정거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형사벌 위주 제재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과징금 제도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불공정거래가 발생했을 경우 처벌이 확정되는 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피고인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계속 저지르는 상황도 나오기도 한다. 엄격한 증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사이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불공정거래 사건 전력자의 비율은 2019년 15.4%에서 2021년 28.5%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과징금 제도는 개인 파산절차에서 모두 면책될 수 있고, 회생절차에서 채무자의 청산가치 수준으로 감축되기 때문에 제재에 한계가 있다.
김 교수는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비금전적 제재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비금전적 제재 방안으로 ▲상장임원 선임 제한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보유한 금융회사 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 제도 ▲불공정거래 행위 사실 공표제도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필요한 경우 불공정 행위자 명의의 계좌 지급을 정지해 재산은닉을 방지해야 한다”며 “사실 공표를 통해 사회적 비난이라는 심리적 강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정보가 세세하게 공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불공정거래 행위자, 위반내용, 사건의 쟁점 및 판단, 제재 내역, 과징금 산출 근거 등을 상세히 공개한다.
캐나다는 증권행정청(CSA)에서 제재하는 개인과 회사 명단을 발표한다. 제재 대상, 혐의 내용 등이 판결문을 포함해 공개되며 각 개인 혹은 회사가 제재를 받는 연혁을 조회할 수도 있다. 홍콩은 증권선물위원회(SFC)가 사적 견책을 제외한 모든 징계 조치, 민사, 형사 처분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결정한 제재 조치 의결내용이 공개된다. 하지만 의결내용이 회의별로 한 번에 게시되고 익명처리 되는 내용이 많아 정보공개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정보공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보공개는 헌법상 인격권 침해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어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 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제재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는 잠재적인 행위자에게 적발 가능성과 제재수준을 인지시켜 관련 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행위자의 평판 하락이라는 재범방지의 효과가 있고, 투자자 보호를 통해 자본시장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공정거래 행정제재를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박종식 한국거래소 상무는 “지난해 라덕연 사태,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건 등을 보면 불공정거래의 특징은 다수의 점조직을 통한 적극적인 매매, 대규모 피해 등의 특징이 있다”며 “재범률이 높고 즉각적인 제재가 부족한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치연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이어 다양한 제재수단이 도입된다면 반복적인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인한 피해를 조기에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재가 다양해지는 만큼 관련된 절차 등 제도 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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