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가를 ‘블루 월’ 결집…해리스·트럼프, 치열한 쟁탈전

이본영 기자 2024. 8. 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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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7일 위스콘신주 오클레어에서 유세 중 손을 맞잡아 올리고 있다. 오클레어/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90일 앞둔 7일(현지시각) 승부의 열쇠를 쥔 중서부(Midwest) ‘블루 월’ 쟁탈전이 본격 개막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꼭 지켜내야 할 위스콘신·미시간주에서 유세를 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은 이들을 따라다니며 ‘추격 유세’를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위스콘신주 오클레어에서 한 유세에서 “이번 주는 엄청난 주였다”며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고 월즈 주지사가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것을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자유, 연민, 법치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란, 공포, 증오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유세의 ‘주인공’은 연단에 먼저 오른 월즈 주지사였다. 해리스 부통령과 그가 펜실베이니아주에 이어 7개 경합주 순회 유세의 두 번째 방문지로 삼은 위스콘신주의 오클레어는 농업 지대에 둘러싸인 도시로 월즈 주지사가 이끄는 미네소타주와 가깝다. 그는 “(이 도시)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후보가 나오니까 좋지 않냐”고 했다. 그는 자신도 농촌 출신이고 하원 농업위원회 소속이었다며 이곳 유권자들과의 유대감을 다시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위해 봉사하는 데 너무 바빠 봉사라는 게 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은 “지독히도 기이하고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누구도 그들에게 미친 짓을 하라고 부탁하지 않았다”고 했다.

밴스 의원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 등이 위스콘신주에 이어 찾은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 교외 머콤 카운티의 경찰서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수백만명이 이 나라에 침입하도록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민 문제를 놓고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했다. 또 월즈 주지사가 미등록 이민자들에게 운전면허를 허용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비난했다.

밴스 의원은 이어 해리스 부통령 등이 유세를 한 오클레어로 이동해 노동자들을 만났다. 해리스 부통령이 활주로에서 영접을 받는 가운데 밴스 의원을 태운 비행기가 내려 양쪽이 조우할 뻔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활주로를 떠난 뒤 부통령 전용기 쪽으로 걸어가기도 한 밴스 의원은 “앞으로 내가 탈 비행기를 확인해보러 왔다”고 농담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이 7일 위스콘신주 오클레어 근처 공항에 세워져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전용기 쪽으로 접근했다가 되돌아오고 있다. 오클레어/AP 연합뉴스

이번 대선 3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주가 속한 ‘블루 월’은 1992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내리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18개 주를 일컫는다. 그러나 이 3개 주는 쇠락한 공업 지대를 뜻하는 ‘러스트 벨트’이기도 해, 가난한 백인들의 보호주의와 반이민 선호가 공화당 지지로 이어지면서 민주당의 ‘약한 고리’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에 선거인단 44명이 걸린 이 3개 주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며 전체 승부를 결정지었다. 2020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3곳을 되찾았다. 전체 선거인단 중 270명을 확보하면 승자가 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각각 2016·2020년에 선거인단 306명씩을 확보했다. 두 사람은 위스콘신에서 각각 0.7%포인트 차이로 상대를 눌렀다는 공통점도 있다. 미시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0.2%포인트, 바이든 대통령이 2.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따라서 해리스 부통령은 2016년 힐러리의 악몽을 피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곳 중 하나라도 탈환하면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화당이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지난달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개최한 것도, 해리스 부통령이 닷새 뒤 대통령직 도전 선언 후 첫 유세를 밀워키에서 한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양쪽이 중서부의 가난한 집 출신 백인 남성들을 러닝메이트로 고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러닝메이트들 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밴스 의원은 이날 24년간 주방위군으로 복무한 월즈 주지사가 2005년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전역했다며 “그는 파병 직전 자신의 부대를 버렸다”고 주장했다. 월즈 주지사는 2005년 5월에 제대했고, 소속 부대는 2개월 뒤 파병 대기 통보를 받았다. 그는 그해 2월에 하원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해리스-월즈 후보가 집권하면 “이 나라는 즉각 공산화될 것”이라며 ‘이념 공세’를 이어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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